엔딩은 있는가요 l 장강명 외 8명 지음, 마름모, 1만8000원 |
“잘 쓰지 않겠다. 끝까지 쓰겠다.”
2024년 12월17일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아은(1975∼2024) 작가가 자신의 책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에 쓴 문장이다. 정 작가는 그 말 그대로 끝까지 썼다. 별세 전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출간한 데 이어, 김건희 여사를 다룬 논픽션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강명 작가가 정 작가로부터 들은 말에 따르면 “‘누구누구 나쁜 년’ 하고 욕하는 내용이 아니라, 대통령 부인이라는 자리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아무런 법적 지위가 없지만 남편 옆에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대중의 가십과 정적들의 공격 대상이 되어야 하는 기묘한 여성의 자리. 하지만 정 작가의 이 논픽션은 미완으로 남았다.
작가들도 독자들만큼이나 아쉽고 서글펐던 걸까. 아홉명의 동료 작가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추모소설집 ‘엔딩은 있는가요’(마름모 펴냄)를 출간했다. 김하율·김현진·소향·장강명·정명섭·조영주·주원규·차무진·최유안 작가가 정 작가와 그의 작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을 소재로 단편을 썼다. 소재에 대한 설명은 ‘작가의 말’로 따로 붙였다. 각각의 소설들이 모자이크처럼 고인의 작품 세계와 흔적을 조망하는 식이다. ‘영부인 논픽션’에 대한 에피소드도 ‘작가의 말’에 나오는 내용이다.
장강명 작가는 소설 ‘잠실동 사람들’에서 정 작가가 부동산을 다뤘던 것처럼,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취재해 그 이야기를 스탠드업 코미디 형태(단편 ‘신탁의 마이크’)로 썼다. 김현진 작가는 생전 정 작가가 사랑한 작품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해(단편 ‘오만과 판권’) 고인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최유안 작가는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읽으며 소설을 구상, 계급 차와 정치적 분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소설(단편 ‘모두의 진심’)을 썼다. 김하율 작가는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에서 영감받아 ‘작가란 무엇인가’(단편 ‘당신이라는 이야기’)에 대한 액자소설을 썼다.
2013년 장편 ‘모던 하트’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정 작가는, 작가로 살기 전 은행원, 헤드헌터, 통·번역가 등의 직업을 거쳤다. 그 배경처럼 현실에 발을 디딘 이야기를 추구했던, 삶에 솔직하고자 했던 한 작가에 대한 추모집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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