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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파리 직장인 줄 세운 라면의 정체...장바구니마다 '불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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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2-K푸드 대장정>삼양식품(종합)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건 한국에도 없어" 불닭에 '홀딱'...라면·과자 싹 쓸어간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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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소재 한국 식자재마트점인 ‘오세요(Oseyo)'에 놓인 국내 제품들의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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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9월말에 찾아간 프랑스 파리의 유명 관광 명소인 샹젤리제 거리. 주요 명품 브랜드 로드숍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에서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핫플(핫플레이스)은 한국 식자재를 판매하는 'K마트'다. 매일 직접 만든 김밥과 잡채, 삼각김밥은 물론 제육덮밥과 불고기덮밥, 비빔밥 등과 같은 즉석 요리를 먹기 위해 직장인들이 몰리며 매장 내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 저녁에는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의 장바구니에 담기는 인기 품목 중 하나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K마트 샹젤리제점 지하에는 까르보 불닭볶음면, 2배로 매운 핵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하바네로 라임 불닭볶음면, 김치불닭볶음면 등 다양한 제품이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의 매운맛을 경험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한켠에는 불닭소스까지 놓여있었다.

    파리의 또다른 K마트 샤틀레점도 마찬가지다. 이 가게에는 통창 앞에 불닭 감자칩이 대표 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삼양식품이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출시한 불닭 과자까지 들여다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불닭볶음면은 빼놓을 수 없는 인기템 가운데 하나다. K마트 샤틀레점에서 만난 직원 실야(Silya)씨는 "대부분의 고객이 프랑스인이며 자주 방문하는 단골 고객도 있다"며 "불닭볶음면이나 소스는 현지인들이 많이 사가는 메뉴"라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파리에서는 주로 한국 식료품 전문점에서 볼 수 있었지만 영국에서는 일반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은 영어권 문화인 영국에서 불닭볶음면이 더 빠르게 영향력을 넓힌 결과다. 무엇보다 영국 동네 마트에는 불닭볶음면 뿐만 아니라 불닭볶음 컵라면, '불닭짤떡'이란 이름의 과자도 눈에 띄었다. 삼양식품이 강원 원주 공장에서 생산해 바로 수출하는 제품이라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제품들이다. 짤막한 모양의 떡볶이 스낵이라는 의미로 떡볶이 스낵에 불닭 시즈닝을 더해 매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불닭볶음면 인기로 인해 영국 현지에서는 국내보다 더 다양한 제품군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영국 내에서도 국내 식자재만을 전문으로 파는 점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런던 도심의 트래펄가 광장 동쪽에 있는 번화가인 채링크로스(Charing Cross) 일대는 흡사 코리아타운을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잡화점인 '오세요'와 '서울플라자'가 나란히 들어서 있는데 역시나 매대에 자리잡은 불닭볶음면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미 불닭볶음면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순한 맛부터 2배 매운맛까지 다양한 맛을 선보이며 폭넓은 소비자 층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 리버풀의 최근 한 소규모 가게에서 불붙은 '핵불닭볶음면 40초 챌린지'는 전세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열풍을 불러일으킨 진원지가 됐다. 핵불닭볶음면을 40초 안에 물이나 우유 없이 다 먹어야 하는 극한 도전 영상이 번지면서 너도나도 불닭볶음면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오세요'에 들른 10대 영국인 아멜리아씨는 "SNS와 더불어 드라마 등에서 보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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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 K마트 샤틀레점에 전시된 불닭 감자칩의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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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태국 방콕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코너 가운데 '불닭볶음면' 단독 매대에서 일하는 니드씨(25세)는 "불닭볶음면은 종류가 많아 손님들이 맛별로 골라 간다"며 "집에도 여러 개 쌓아두고 먹는다"고 강조했다. 한식당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는 그는 "한국식 매운맛에 익숙해졌다"며 "태국 사람들은 매운 라면을 원래 좋아해 불닭볶음면에 쉽게 손이 간다"고 설명했다. 현지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불닭볶음면 제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태국은 원래 라면 소비가 많은 시장인 데다 매운맛 선호도가 높아 한국 라면 브랜드들이 빠르게 안착한 국가다. 삼양식품은 파트너사 시노 퍼시픽(Sino Pacific)과 함께 태국 전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면류뿐 아니라 소스류까지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지난해에는 태국 내 마라 인기 흐름을 반영해 '마라불닭볶음면'을 출시하고 대대적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최근엔 신규 매운 라면 브랜드 '맵(MEP)'을 론칭해 현지 취향에 맞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왕홍 추천' 문구가 붙은 불닭볶음면 제품의 경우 시내 대형마트 라면 코너에 여러 종류가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온라인 쇼트폼과 라이브커머스로 매운 라면 먹방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젊은 층에서 한국 매운맛에 대한 호기심과 구매가 동시에 늘어난 영향이라는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양식품 중국법인은 온·오프라인 판매 경로를 넓히며 지역 거점별 커버리지와 신규 채널 진입을 확대 중이다. 한국의 CJ올리브영과 아이스크림 무인 점포 모델을 혼합한 형태의 '간식채널'에서 라면 매출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오프라인 광고, 중국 유명 업체와의 협업 등 다양한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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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태국 방콕 시내 대형 마트 내 설치된 삼양 불닭볶음면 행사 매대. /사진=하수민기자 /사진=하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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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닭' 해외 매출만 1.3조..삼양식품 중국·미주 찍고 유럽 공략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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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 해외 매출과 비중/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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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이 해외 주요 거점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미국을 건너 신흥 시장인 유럽에서도 '불닭' 열풍을 이어간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해외 사업은 매년 성장세에 있다. 2020년에 수출액 3703억원에서 2021년 3885억원, 2022년 6050억원, 2023년 8093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1조3359억원까지 늘었고 올해 3분기에는 5105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매분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실적 신화를 써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양식품은 오늘(4일) 열린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식품업계 최초로 '9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고 삼양 브랜드로 '브랜드탑'을 받았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57%에서 2021년 61%, 2022년 67%, 2023년 68%, 지난해 77%로 매년 커져왔다. 올 3분기에는 81%까지 확대되면서 전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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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 중국_유럽 법인 매출/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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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삼양식품의 중국 내 성과가 눈에 띈다. 중국은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하는 주력 국가로 미국과 함께 매출 비중 1위 국가다. 수출 초기인 2016년 면과 매운맛에 익숙한 지역 특성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했다는게 삼양측 분석이다. 삼양식품은 2021년에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이 법인 매출은 2022년 6억8000만위안, 2023년 12억위안, 지난해 21억위안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22억1000만위안(한화 약 4593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삼양식품은 제품 선호도와 흥미를 높이기 위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2014억원을 투자해 중국 자싱시에 첫 해외 생산공장을 건립 중이다. 대지면적 5만5043㎡, 연면적 5만8378㎡에 지상 3층 규모로 8개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2027년 1월 완공돼 불닭볶음면을 연간 최대 11억3000만개 생산하고 이를 모두 중국에 공급하게 된다. 이에 자싱공장을 포함해 국내·외 5개 공장의 연간 불닭볶음면 생산량은 38억개로 늘어난다.

    2020년 전후로는 미국·유럽 등 서구권에서 K컬처와 K푸드 인기에 힘입어 불닭 라인업의 성장도 빠르게 이뤄졌다. 유럽의 경우 매출 비중이 2019년 6%에서 2022년 10%, 올해 18%까지 높아지며 최근 성장세가 돋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 유럽법인을 설립하고 9월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2200만유로에 그쳤던 유럽법인 매출은 올 3분기 누적으로 8000만유로까지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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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 지역별 매출비중 변화/그래픽=김다나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프랑스에서 현지 채널 유통에 강점을 지닌 'SRG International'과 업무협약을 맺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에 처음 참가해 현지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이 박람회에서 불닭 브랜드를 직접 소개하는 등 유럽에 공들이고 있다.

    유럽법인은 네덜란드 유통업계에서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인 '휠 오프 리테일(Wheel of Retail) 2025'에서 3개 부문을 수상했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지난해 네덜란드 슈퍼마켓에서 출시된 모든 신제품 중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됐다. 아울러 전체 제품군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 제품에 주는 '골든 휠(Golden Wheel)'과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끈 제품에 주는 '영 휠(Young Wheel)' 상도 받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럽에선 안정적인 재고 공급과 신규 거래처 확보, 다각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매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리(프랑스)·런던(영국=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 방콕(태국)·상하이(중국)=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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