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왼쪽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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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면서 법조계에서는 삼권분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권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을 추진 중이다. 내란 혐의 재판만을 맡는 전담 재판부와 영장전담 법관을 두고 재판·수사 과정에서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재판 지연과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 내부에서는 헌법 체계를 흔드는 발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정 사건을 심리할 판사를 사후 임의로 결정하는 구조인 내란전담재판부가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이라는 사법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법왜곡죄를 두고도 판결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법 왜곡을 명분으로 판·검사를 고소해 재판을 지연시키고 무분별한 이의제기를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회가 법관의 자격·법원의 조직 등에 관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고 해 그것이 아무런 한계 없이 입법자의 자의에 맡겨질 수는 없다"며 "사법권의 독립 등 헌법의 근본원리에 위반되거나 재판청구권·평등권·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될 헌법적 한계가 있다. 국회는 헌법이 정하는 법원의 기능과 권한, 헌법의 근본원리인 권력분립과 사법권의 독립을 존중하며 입법형성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최근 법사위 회의에서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원회 인사에 법무부 장관이 추천권에 들어가는 데 대해 "수사권과 행정권을 대변하는 법무부라는 기관이 사법권의 영역에 들어온다는 것은 굉장한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판사도 "선출직이라고 사법부보다 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부적절하다. 사법부는 국민과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며 "바꾸는 것은 한 순간일지라도 돌이키는 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특정 사건에 대해 입법부와 행정부가 맞춤형 재판부를 구성하는 전례가 생기면 독립된 법원의 토대가 흔들린다"며 "또 판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껏 판결해야 하는데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처벌할 수 있게 되면 누가 소신껏 재판을 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 역시 "내란특별재판부가 생길 경우 실익이 떨어질 수 있다. 만약 피고인 입장에서 재판부가 공정하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거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경우 재판이 과하게 지연될 수 있다"며 "법 왜곡죄도 구성 요건이 너무 모호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는 지난 3일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9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위기감을 느낀 사법부는 전국 법원장들도 모여 사법부 차원의 대응을 논의 중이다. 야당도 "특별재판부 설치는 정권마다 사법부를 좌우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법안 통과 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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