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팔람 공군기지에 도착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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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핵 추진 잠수함 임대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러시아의 핵 추진 잠수함(SSN) 임대를 위해 약 20억달러(2조9440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맞춰 약 10년간의 협상 끝에 (러시아) 잠수함 인도가 확정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비공개로 진행된 인도와 러시아 간 잠수함 임대 협상은 수년간 임대료 이견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었다"며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양측이 거래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인도 뉴델리에 도착해 1박2일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21년 12월 이후 4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5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국방·무역 등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당초 2019년 3월 잠수함 임대 계약을 체결했지만, 임대료에 대한 추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 관리들은 이번 합의를 위해 지난달 러시아 조선소도 방문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인도 측은 2028년에 잠수함을 인도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인도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산 잠수함은 전장에 직접 투입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0년간 인도 해군에 배치돼 인도 자체 건조 잠수함을 위한 훈련과 작전 개선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인도는 지난 2012년 러시아의 핵잠수함 임대해 2021년 반환한 바 있다.

인도가 운영 중인 잠수함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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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깊은 신뢰, 공통의 원칙, 상호 존중에 기반한 양자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밝히면서도 러시아 잠수함 임대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싱 장관은 인도가 국방산업의 국산화에 전념하고 있다고만 했고, 벨로우소프 장관은 "러시아는 인도가 국방 생산 분야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핵위협방지구상'(NTI)에 따르면 인도는 현재 디젤 추진 잠수함 17척을 운영 중이고, 핵탄두 탑재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개발해 이론적으로는 육군·해군·공군 모든 영역에서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핵 트라이어드'를 갖춘 상태다.

이번 협력은 최근 인도가 관세 문제로 갈등 중인 미국을 견제하고자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행보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 등을 문제 삼아 인도산 제품에 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러시아산 석유 구매 중단 압박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 우크라이나 종전을 중재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는 여전하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평화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마련한 종전안 논의를 위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회담이 "매우 유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동의할 수 없는 조항도 있었다"며 종전안 합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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