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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작곡하고 시 창작하고 인공지능이 다 해내도 그 주문은 '인간지능'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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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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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의 인간 대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운전 등 단순 노동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던 AI는 이제 작곡과 시 창작 등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AI발(發)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AI를 활용한 감시·통제 강화 등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간 '인간지능의 역사'는 이 같은 디스토피아적인 전망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AI를 피해야 할 위협이나 통제해야 할 도구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과 AI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인간지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지능이란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고 의미를 구성하며 지식을 창출하고 전승하는 총체적 능력을 뜻한다. 진리를 탐구하고 가치를 성찰하는 지성, 기억·추론·판단·상상 같은 구체적 정신 기능인 지적 능력, 그 결과물로 축적된 인식의 체계인 지식이 모두 인간지능에 속한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는 보통 지성을 주로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생각해왔지만, AI가 바꿔놓은 지식 환경에서 지성이란 지식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집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뜻한다.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연결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AI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단백질 구조 예측 연구가 인간지능의 대표 사례다. 인간은 단백질 구조라는 답을 직접 찾는 대신, 그 답을 가장 잘 찾아낼 수 있는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베네볼런트AI사가 방대한 의학 문헌에서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약품을 발굴하는 등 비슷한 사례는 많다.

    매일경제

    인간 지능의 역사 이은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2만3000원


    저자는 "인간은 AI가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사고를 통해 시스템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가 기계에 맞설 인간 최후의 보루를 찾기보다는 AI와 인간지능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인간이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역할을 파악해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인간의 지식 획득과 공유의 근간이 되는 네 가지 행위를 '발견하다' '수집하다' '읽고 쓰다' '소통하다'의 총 4개로 나누고 각 부에서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가로지르는 인간지능의 여정을 추적한다.

    1부 '발견하다'에서는 AI가 인간조차 예측하지 못한 패턴과 통찰을 제시하지만 그 앞에서 의미를 묻고, 발견에 책임을 지고, 윤리적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결코 대신할 수 없음을 설명한다. 2부 '수집하다'에서는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의 소실 같은 사건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질서를 구축하려는 인간의 집념을 탐색한다.

    3부 '읽고 쓰다'에서는 점토판의 쐐기문자에서 알파벳, 필사본, 인쇄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기록 기술을 발전시켜온 과정과 AI가 이를 어떻게 확장하는지를 짚는다.

    4부 '소통하다'에서는 고대 아고라에서의 토론부터 중세 수도사들의 필사와 서신 등을 통해 인간이 본질적으로 소통에 대한 욕구를 가진 존재임을 설명하고, AI와의 대화가 과연 진정한 소통이라 부를 수 있는지를 통찰한다.

    저자는 서울대 철학과 조교수로 현재 서울대 AI연구원 인공지능 디지털인문학센터장으로서 인문학적 발명을 내세우는 메타인문학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스탠퍼드대에서 고전, 과학사, 디지털인문학으로 고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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