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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코스피 4000 너머 5000 시대로, 2026 한국 증시 운명 가를 세 가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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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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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말, 코스피는 유례없는 속도로 4000선을 넘어섰다. 불과 4개월 전 3000선을 회복한 뒤 ‘숨 돌릴 틈도 없이’ 역대 고지를 다시 쓴 것이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 시장은 곧바로 바람을 맞았다.

    11월 들어 코스피는 3800~4000선에서 널뛰기를 반복하며 강세장의 체력과 방향성을 동시에 점검받고 있다. 누구는 “장기 상승장의 중간 휴식”이라 하고, 누구는 “피크아웃의 전조”라 말한다.

    1. 4000 돌파 이후, 시장의 엔진이 바뀌었다
    올 12월 미 연준의 FOMC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축소와 엔비디아 3분기 실적발표 이후에도 지속하고 있는 AI 버블론이 한국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직접적인 표면적 트리거는 외국인 이탈이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11월 초~20일 사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10조 2000억원을 순매도해 월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7800억원 가까운 매도 속도로, 4000 돌파를 이끌던 ‘외인 랠리’가 순식간에 ‘외인 브레이크’로 변한 셈이다. 매도 대부분이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지수 변동성이 커졌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누가 시장을 받치고 있느냐’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거의 같은 규모(약 9조 7000억원)로 받아냈고, 기관도 하락 구간에서 방어적 매수를 이어갔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월 20일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약화했고, 10월 21일 이후 지수를 끌어올리는 주체가 개인·기관으로 넘어온 흐름”이라며 “단기 FOMO가 일부 섞였지만 밸류업 정책, 실적 개선,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가 ‘국내 시장을 다시 봐도 된다’라는 심리를 키웠다”라고 짚었다. 외인의 빈자리를 국내 자금이 메우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코스피는 ‘외인 의존의 고점’이 아니라 ‘내수 자금이 키우는 체급’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생긴다.

    2. 환율 1500원 논쟁 ‘레벨’보다 ‘안정’이 본질
    두 번째 변수는 원·달러 환율이다. 11월 중순 환율은 장중 1470원을 돌파하며 7개월 만의 고점을 시험했고, 최근에도 1460원대 후반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1500원 시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경계도 커진다.

    여기서 시장이 헷갈리는 지점은 하나다. 환율이 오르면 새 정부의 슬로건이 된 ‘코스피 5000시대’는 멀어지게 될까?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그 질문에 조건부로 답한다. 김 본부장은 “원·달러가 1500원 이상으로 과도하게 오버슈팅하면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1460원대에 머무르면 ‘한국 경제가 나쁘다’라는 신호만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급등 없이 일정 범위에 안정된다면 수출 채산성엔 오히려 도움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 시나리오를 “과거처럼 1300원 밑으로 급락하기보다 1350~1450원 박스권에서 길게 안정되는 그림”으로 제시한다.

    환율의 핵심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외국인이 버틸 수 있는 ‘안정성의 범위’를 지키느냐는 것이다. 달러가 장기 약세로 전환되면 글로벌 자금이 미국 밖 저평가 시장으로 이동하며 한국 증시가 재부각될 수 있다는 그의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3. 2026년 필요한 이익, 리레이팅, 정책의 시간표
    코스피 5000은 ‘지수 목표’가 아니라 ‘시장 체질’의 변화를 통한 결과물이란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2026년을 가르는 변수는 세 갈래다. 첫째, AI·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훈련에서 추론, 그리고 디바이스·피지컬 AI 단계로 확장되며 기업 이익이 실제로 늘어나는가. 증권가가 내년 코스피 밴드를 3500~5000(일부는 7500)까지 넓게 잡는 이유도 결국 반도체 이익 증가 폭과 지속성에 달려 있다.

    둘째로는 밸류업 정책, 배당소득 분리과세, MSCI 선진지수 편입 로드맵 등 제도 변화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체감할 수 있는 실행’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는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향후 기업의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처럼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를 때 리레이팅이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실행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밸류에이션 확장의 탄력이 둔화할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셋째는 정책과 대외 변수의 ‘시간표’다.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의 진행 속도, 미·중 및 한·미 관세 협상 세부안의 윤곽, 지정학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흐름 등은 내년 내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 이익의 개선 흐름과 정책 집행의 속도가 같은 방향으로 맞물리면 조정 국면이 비교적 빠르게 진정될 여지가 있지만, 어느 한 축이라도 지연되거나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4000선 이후의 시장 체력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종합하면, 현재 코스피는 4000선 돌파 이후 숨 고르기와 재정비를 동시에 거치는 구간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매도세가 단기적으로는 지수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그 공백을 개인과 기관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메울 수 있는지가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환율 역시 외국인 수급과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만큼, 급격한 추가 상승이 나타나지 않고 일정 범위에서 안정되면 수출·이익·달러 유입 경로를 통해 시장이 균형을 찾아갈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2026년은 이익 성장과 제도적 리레이팅 요인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코스피 5000이 ‘가능한 목표’로 좁혀질지, 혹은 더 긴 시간표가 필요할지가 판가름 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럭스멘 송년호 특집기획으로 ①2025년 강세장을 이끈 주도주와 2026년 유망 섹터 ②반도체·레버리지·파킹자금이 만든 ETF 시장의 속살 ③증권사 전망 밴드·코스피 5000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목소리를 차례로 짚어본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3호 (202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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