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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분쟁지역 의사가 꿈···병상서도 공부시간 지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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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만점' 서울 광남고 왕정건 학생

    컨디션관리 위해 집 가까운 학교 선택

    의학 동아리 등 진로연계 활동 참여

    한달 입원중에도 책 놓지않고 공부

    중동 등서 국제의사로 도움 주고 싶어

    후배들엔 '수업시간 집중' 조언하고파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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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해 시인의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시 ‘나 거기 서 있다’ 중)’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 말처럼 가장 중요한 ‘아픈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 영역 만점을 받은 서울 광진구 광남고 왕정건(18) 군은 5일 성적표를 받은 뒤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왕 군의 꿈은 응급의학을 전공해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 의사가 되는 것이다.

    왕 군은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5명 가운데 한 명이자 지난해에도 수능 만점자가 나온 광남고 학생이다. 광남고는 일반고 최초로 2년 연속 수능 만점자를 배출하며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왕 군은 “컨디션 관리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특목고나 자사고 대신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인 광남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자정까지 개방되는 자습실, 체계적으로 짜여진 진로 연계 활동 등 부족함 없는 학습 여건을 마련해줬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왕 군은 이날 수능 만점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영어가 어려워서 만점이 나올 줄 몰랐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원래 정시보다 수시로 대학을 갈 계획이었는데 뜻밖의 점수가 나왔다.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어려웠던 문제로는 낯선 용어와 지문이 등장한 영어 24번과 국어 영역에서 등장한 생소한 판소리 관련 지문을 꼽았다. 왕 군은 8월 건강 악화로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병상에서도 꾸준히 공부 시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 군의 1지망 대학은 서울대 의대다. 그는 “국내 최고의 인프라뿐 아니라 교수님들로부터 의료인의 가치관을 배우고 싶은 이유도 있다”며 “의술뿐 아니라 의료 정신까지 함께 익히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의사를 꿈꿔온 왕 군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도 의학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의약품 실험,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단 설계 등 의료 관련 탐구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 등 해외 뉴스를 보면서 분쟁 지역 병원에서 일하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위해 프랑스어와 아랍어도 꾸준히 공부해왔다”고 말했다.

    왕 군은 이날 후배들에게 ‘수업 시간 집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전했다. 그는 “선생님 수업만 잘 따라가도 수능과 내신 준비가 충분하다”며 “학교 수업 시간에 자지만 않으면 점수는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수능 만점자는 총 5명으로 재학생 4명, 졸업생 1명이다. 이번 시험이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만점자는 지난해 11명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광남고·세화고·서울과학고)에서 3명, 전라북도와 광주광역시에서 각각 1명씩 배출됐다.

    이들 중 전북 지역 수능 만점자인 이하진(18·전주 한일고) 군은 이날 취재진에 “요즘은 EBS 인터넷 강의도 잘 돼 있고 좋은 수능 문제집도 많이 나와 있다”고 밝혔다. 만점 비결로는 주체적인 공부 방식과 충분한 휴식을 꼽았다. 이 군은 “문제를 풀면서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풀거나 비슷한 문제를 직접 만들어 풀어보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수능 고득점 비결을 설명했다. 현재 이 군은 왕 군과 마찬가지로 의대에 지원한 상태다. 이 군은 “어려서부터 천식과 비염을 앓아 자연스럽게 의사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사람을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내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주 지역에서 10년 만에 나온 수능 만점자 최장우(18·서석고) 군 역시 “학교 수업에 충실했던 점이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공직자를 꿈꾸는 최 군은 행정고시를 목표로 서울대 경제학과에 지원하고 현재 수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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