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와 관련 총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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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수능에서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돼 절대평가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자 교육부가 수능 출제와 검토 과정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5일 보도자료를 내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과 관련하여 절대평가임에도 불구하고 난도가 높아 체감 부담이 컸다는 수험생, 학부모, 학교 현장에서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능 출제 및 검토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즉시 시행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출제에 대한 개선을 약속한 바 있으며, 교육부도 평가원의 조치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날 발표된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영어 영역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은 3.11%에 그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적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6.22%)의 절반 수준으로, ‘불수능’으로 꼽혔던 2024학년도(4.71%)보다도 1.6%포인트가 낮다. 상대평가로 실시된 올해 국어·수학의 1등급 비율인 4%보다도 적다. 이에 학생의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절대평가 도입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평가원(평가원) 원장이 실패의 책임을 사교육 업체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난이도 조절 실패에 유감을 표명했으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 등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 문항과 비교했을 때 유사한 것들이 많아 출제 과정에서 교체되는 문항이 다수 나왔다. 이 과정에서 난이도 부분을 조금 더 면밀하게 살피지 못한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사설 모의고사나 문제집에 유사한 지문이 있는지 살피는 것은 매년 출제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해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오 평가원장은 “영어 1등급은 6~10% 내외가 나왔을 때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무리가 없다”라고 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1등급 비율이 10%는 돼야 학습 부담 경감이라는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평가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평가원은 “영어 영역 난이도와 관련하여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수험생, 학부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수능 문항 출제는 지문 구성, 문항의 난도 등에 대해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수차례에 걸친 검토와 수정·보완 등 여러 단계의 과정과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출제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금번 영어 문항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출제 및 검토 과정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특히 난이도 조정 절차, 현장 교사로 구성된 검토위원의 역할 강화, 출제 및 검토위원의 역량 강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아울러 “학교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사교육 연관성을 배제하면서도 학교 교육의 범위 안에서 문제 출제가 이루어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앞으로도 수험생 여러분이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평가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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