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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뒷걸음질 치는 엘리트 마라톤… 아마추어와 1분 36초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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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아마추어가 엘리트 선수처럼 뛰고, 선수는 아마추어처럼 뛴다.”

    지난봄에 만난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은 이렇게 일갈했다. ‘러닝 열풍’이지만 마라톤 국가대표 수준은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는 것.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황 감독,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선수 이후로 한국 마라톤은 오랜 정체기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딴 것은 남자부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여자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이후 무소식이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엔 아예 한 명도 출전하지 못했다. 1984년 LA 올림픽부터 이어 온 연속 출전 기록이 10회에서 끊긴 것.

    지난 5월 경남 밀양에서 열린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 대회에서는 충격적인 레이스가 공중파 전파를 탔다.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이 전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다 같이 나들이를 나온 듯 설렁설렁 뛰었다. 이 경기를 지켜보던 윤여춘 KBS 육상 해설위원은 “초등학생 경기만도 못하다. 육상인들의 창피한 모습”이라며 “당분간은 대학부 3000m 장애물 경기는 중계방송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해당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의 기록은 10분 16초 56. 한국 남자 대학부 최고 기록인 8분 50초 41(2007년)보다 1분 26초나 뒤졌다. 젊은 선수들이 담합으로 ‘메달 나눠 먹기’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올해 춘천마라톤에서 남자 엘리트 그룹과 마스터스(일반인) 부문 1위 간 격차는 불과 1분 36초였다.

    육상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일종의 고질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육상계 인사는 “세계무대가 아닌 전국체전 사냥꾼이 된 선수가 많다”며 “억대 연봉과 계약금이 보장되다 보니 힘들고 어려운 도전은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황 감독은 “이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된 게 씁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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