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석해 있다. /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금 이런 얘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지만 풋볼, 우리가 사커라 부르는 그 스포츠(축구)에 대한 아주 멋진 찬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조 추첨식에 참석해 잔니 인판티노 피파(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의 입장권 판매 능력을 칭찬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판티노는 이날 트럼프에게 초대 ‘피파 평화상(Peace Prize)’을 수여했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미국 청중을 배려한 듯 “전 세계 평화를 이루고 번영을 가져오는 대통령님에 대한 풋볼, 혹은 사커 커뮤니티의 지지를 언제든 믿으셔도 좋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축구를 ‘사커(soccer)’라 지칭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를 ‘풋볼(football)’이라 불러온 해묵은 불일치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트럼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에는) ‘풋볼(미식축구)’이라는 다른 종목과 조금 충돌이 있어 (그렇게) 잘 부르지 않는 것 같다”며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종목(축구)을 ‘풋볼’로 부르고, 미 프로풋볼(NFL)은 다른 이름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올해 클럽 월드컵 현장에서도 “미국에서도 ‘사커’ 대신 ‘풋볼’이라 부르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고려하고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미국 프로축구인 MLS 역시 ‘사커’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이 때문에 지난 8월 영국에서 오랜 기간 뛰다 로스앤젤레스(LA) FC에 입단한 손흥민 선수가 “풋볼이라 해야 할지, 사커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 축구는 1863년 영국에서 규칙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는데, 손으로 공을 다룰 수 있는 ‘럭비 축구(rugby football)’와 구분하기 위해 ‘협회 축구(association football)’란 명칭이 붙었다. 당시 영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전자는 러거(rugger), 후자는 사커(soccer)로 줄여서 말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이후 럭비와 풋볼이란 말이 정착되면서 사커라는 표현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반면 미국에서는 주로 손으로 경기하는 미식 축구인 ‘풋볼’의 인기가 압도적이라 구분이 필요했고, 그래서 사커라는 영국식 속어가 살아남았다. 수퍼볼 우승 7회에 빛나는 NFL의 레전드 톰 브래디가 이날 조 추첨식에 참석했는데, 미국에서 NFL의 인기는 MLS를 압도한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축구에 ‘사커’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