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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기고] K메디의 도약, ‘집적과 연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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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박구선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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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미국에는 제약사 모더나(Moderna)가, 우리나라에선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전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후자는 아직 낯설다. 왜 이러한 차이가 만들어졌을까? 모더나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의 중심에서 성장했고 그곳은 ‘집적(集積)’의 시너지가 가장 강력한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바이오클러스터는 총 22곳이다. 도(道) 하나당 3곳 정도가 있다고 보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이 중 정부 주도 바이오클러스터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2곳(이하 ‘첨복단지’)에 불과하다. 20곳은 지자체나 지자체와 민간의 합작이다. 클러스터란 본래 군집(群集)을 의미하고 우수한 인재와 기업, 연구기관 등 인프라가 집적되고 인프라 간 연계와 집중된 투자를 통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클러스터의 구조는 어딘가 과하다.

    바이오산업은 자본전쟁이다. 미국의 화이자는 연간 R&D(연구개발)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에만 R&D에 25조원을 썼다. 내년 우리나라 정부 R&D 예산이 35조원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차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파편화된 클러스터 구조는 자원을 분산시켜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

    다행히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최근 ‘제5차 첨단의료복합단지 종합계획(2025∼2029)’을 발표했다. 첨복단지를 국가대표 바이오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종합계획은 첨복단지의 특화 프로그램형 R&D 지원과 첨단 장비 도입, 타 클러스터 연계 협력, 창업 기업 단계별 지원 등 첨복단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AI 기반 완결형 클러스터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다.

    종합 계획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K-MEDI hub(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는 지난 15년간 3200억원 규모 연구·개발과 기술 서비스 2만여 건을 통해 연구 역량을 축적하고 1300억원 규모 첨단 인프라를 구축했다. 신약, 의료기기 핵심 기술을 개발해 국내 기업과 병원, 연구소에 123건 이전했다. 또한 항암제로 국내 최초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폐암 치료제 렉라자(Leclaza)의 초기 개발에도 기여해 세계 시장에서도 역량을 입증했다. 첨복단지는 종합 계획을 통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퀀텀 점프’를 이끌 준비를 마쳤다. 첨복단지를 중심으로 바이오 클러스터가 연계하고 하나가 될 때 우리는 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혁신을 선도할 수 있다.

    보스턴 클러스터의 켄달스퀘어(Kendall Square)는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 마일’로 불린다. MIT를 중심으로 인재·기업·연구소·투자사가 모여 있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더나도 바로 이곳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지난 9월 보스턴, 케임브리지, 고베, 바젤 등 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 관계자들과 클러스터의 성공 조건에 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집적과 연계’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방향은 맞춰졌다.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민간의 역량이 한곳에 모여 연계할 일만 남았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나라의 국민건강은 해외 제약사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제 다시는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고, 바이오 주권·안보·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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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구선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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