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재계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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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오페라 '더 라스트 퀸(The Last Queen)' 공연이 열렸다. 오페라 주인공은 고종의 막내아들이자 대한제국 황태자 영친왕과 결혼한 고(故) 이방자 여사(1901~1989). 그는 일본 왕족 출신 황태자비로, 한일 협력과 사회봉사에 기여했다.
'더 라스트 퀸'은 2015년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일본에서 제작됐으며,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가 일본어로 공연했으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됐다.
이날 공연장엔 노신사가 자리했다. 일본 한상(韓商) 김덕길 가네다홀딩스 회장이다. 김 회장은 공연 내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이방자 여사를 연기한 배우에 집중했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김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었다. 둘은 오페라에 제작비용을 절반씩 냈다. 비용은 사비로 냈다. 김 회장의 후원 제안에 류 회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명분은 한일 협력과 새로운 미래 만들기다. 류 회장은 한상의 아들이다. 부친 고 류찬우 풍산그룹 회장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에 풍산을 세웠다. 류 회장은 일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김 회장과 류 회장은 1980년대부터 알고 지낸 돈독한 사이로, 대학 선후배이기도 하다.
오페라 '더 라스트 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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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기업인이 후원한 이번 공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류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출장 관계로 이날 공연장에 못 갔지만, 김 회장에게 안부 전화를 걸며 공연을 챙겼다고 한다. 공연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후문도 들린다.
김 회장과 류 회장이 이방자 여사 일대기를 다룬 오페라를 후원한 이유는 '한일 협력' 때문이다. 그들은 일본을 잘 아는 한국인으로, 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기업을 키웠다. 회사를 경영하며 두 나라 협력의 필요성을 몸소 절감했다. 김 회장은 1999년부터 일본 경제단체인 간사이경제동우회 회원들을 이끌고 매년 한국을 찾고 있다. 류 회장이 수장인 한국경제인협회는 해마다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해오고 있다. 양국 경제인 간 소통 확대를 위해서다.
특히 최근엔 재계에서 '한일경제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나라 안팎으로 같은 숙제를 안고 있는 '동변상련' 처지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매서운 추격은 수출 주도 성장모델의 한계로 지적된다. 저출생·고령화, 지역 소멸, 저성장은 두 나라가 직면한 과제다. 합계출생률은 한국 0.75명, 일본 1.15명이며, 고령화율은 한국 20.6%, 일본 30.0%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한일경제연대'가 필요하다. 두 나라 경제 규모를 합치면 국내총생산(GDP) 기준 6조달러로, 미국(30조5000달러), 유럽연합(20조달러), 중국(9조2000억달러)에 이은 세계 4위 경제권이 된다. 2억명에 가까운 내수시장도 만들어진다. 한일경제연합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와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이유다.
양국은 경제연대를 통해 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AI), 의료, 벤처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서 양국 모두 실익이 가능하다. 액화천연가스(LNG)나 원유의 경우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협상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공동개발과 의료 데이터 공유도 추진해볼 만하다. 공동 비자와 교통패스를 통한 한일 관광상품 패키지도 매력적이다.
김 회장처럼 일본에 뿌리를 내린 한상들의 역할도 기대된다. 내년 창단 80주년을 맞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일본 내 영향력이 크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 2025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과거 6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60년을 향한 꿈과 비전을 키워보자.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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