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동훈 산업부 기자 |
지난 3일 오후 송창현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사장)이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하며 사무실을 떠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오전부터 돌던 사퇴설이 사실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네이버 출신 개발자에서 포티투닷 창업자, 그리고 현대차그룹 사장에까지 올랐던 인물의 전격 퇴장이었다.
2019년 4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포티투닷에 20억원을 투자하며 "포티투닷의 미래 모빌리티 통찰력은 현대차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추진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현대차는 4280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동행은 6년 만에 끝났다. 송 사장 사퇴는 현대차의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 전략이 벽에 부딪혔음을 시인한 결과였다. 그는 떠나면서 "무모해 보이던 도전은 순탄치 않았고 보이지 않는 벽에 수도 없이 부딪혔다"고 회고했다.
업계는 수천억 원의 투자 실패보다 '6년'이라는 시간 손실을 더 뼈아프게 본다. 현대차의 로드맵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에 미국·중국의 경쟁사는 자율주행 격차를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벌렸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국내 출시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보란 듯이 자사 핵심 자율주행기술 FSD를 한국에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송 사장의 사의 표명은 그 직후에 이뤄졌다.
회사 내부의 불안은 외부보다 크다. 기계공학 기반의 자동차 회사였던 현대차 구성원들의 관심은 온통 소프트웨어와 전자장치 중심의 미래차에 쏠려 있다. 내부 비판은 '비난'이 아니라 '위기 인식'이다.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차 시장에서 능동적 선택권을 잃는다는 단순하지만 절대적 상식 때문이다. 또 회사의 위기는 자신의 일자리, 생존과 직결된다는 냉정한 현실적 문제다.
지금 현대차에 필요한 것은 흔들린 전략을 재정비할 명확한 목표, 잃어버린 시간을 메울 추진력, 시장에 보여줄 기술의 실체다. 현대차의 미래는 미래차에 달려 있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은 지금을 위한 것이다. 송 사장 후임을 둘러싼 하마평은 이미 무성하다. 누가 현대차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추동훈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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