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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68·사진)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만났습니다. 손 회장은 한국에 ‘ARM 스쿨’을 설립해 앞으로 5년간 1400명의 반도체 설계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대주주인 ARM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로 세계 모바일용 반도체 설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ARM 스쿨은 단순한 교육 협력을 넘어 한국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인력을 갖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손 회장은 일본 사가현에서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났습니다. 광산 노동자였던 할아버지와 생선 장사, 식당 운영으로 생계를 꾸렸던 아버지 밑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공에 대한 열망을 키웠습니다. 고등학교 중퇴 후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공부하며 사업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재학 시절 비디오 게임 수입 사업으로 돈을 벌었고, 이후 직접 만든 포켓 컴퓨터를 대기업에 판매해 일찌감치 사업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그는 1981년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를 창업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유통으로 시작한 사업을 출판·전시·미디어·정보기술(IT)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확장했습니다. 1996년 야후재팬을 설립하는 등 일본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인터넷 시대를 이끌었습니다.
손 회장에게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로 소프트뱅크는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일본텔레콤, 보다폰 일본 법인을 초대형 규모로 인수하며 통신 시장에 뛰어들었고, 2007년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며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2000년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만나 6분 만에 중국 알리바바에 대한 2000만 달러 투자를 결정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 투자는 14년 만에 3000배 수익으로 돌아오며 소프트뱅크그룹의 벤처 펀드인 ‘비전 펀드’로 세계 유명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의 토대가 됐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손 회장은 에너지·데이터센터 확보,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 등을 한국의 핵심 과제로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뛰어난 반도체 제조 역량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AI 시대를 뒷받침할 반도체 설계 인력 부족, AI 데이터센터 공급 한계 등 구조적 문제를 파악한 것입니다. 한국이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 이번 손 회장의 한국 방문은 그 전환의 필요성을 분명히 드러낸 순간으로 보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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