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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당뇨·비만 부르는 '혈당 스파이크' 막는 방법은?… "공복에 디저트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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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원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당뇨와 비만의 가장 큰 적은 '혈당 스파이크'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상태가 반복되면 췌장 기능에 부담이 쌓여 장기적으로 당뇨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혈당이 급등할 때 대부분 아무런 신호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떡볶이를 먹고 나서 유독 피곤해지는 이유, 공복의 디저트가 더 위험한 이유, 빨리 먹을수록 더 배가 고픈 이유 - 이 모든 현상 뒤에는 결국 혈당의 급격한 변화, 즉 혈당 스파이크가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진복 원장(닥터리가정의학과의원)은 "혈당 관리는 '얼마나 먹느냐'보다 '무엇을 언제 먹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며 "혈당이 변화하는 원리만 이해해도 일상에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연속 혈당 측정기를 활용하면 음식별, 상황별 혈당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한 맞춤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간식 타이밍, 간헐적 단식, 식사 속도와 순서, 운동 전후 식사법, 디저트의 적정 타이밍 등 혈당 스파이크와 관련된 핵심 질문들을 이 원장과 함께 하나씩 풀어본다.

    공복 시간을 오래 가지는 게 왜 좋은가요?
    계획적으로 공복 시간을 길게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현대인들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불규칙한 식사 패턴이에요. 아무 때나 먹고 아무 때나 자는 습관은 혈당과 건강, 다이어트에 전부 악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공복 시간을 하루의 절반 정도 가져가는 12:12 단식이나, 공복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는 14:10, 심지어 16:8 정도까지 간헐적 단식을 실천한다면 몸이 건강을 되찾고 인슐린 저항성도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운동 전후, 언제 식사하는 게 혈당 관리에 유리한가요?
    운동 전에는 우리 몸이 탄수화물을 필요로 합니다. 다만 정제된 탄수화물보다는 통곡물 위주로 드시는 게 좋고요, 단백질은 운동할 때 부담이 되니까 조금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운동 후에는 완전히 달라요. 우리 몸이 단백질을 받아들일 최적의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먹는 단백질은 근육으로 '쏙쏙' 흡수됩니다. 그래서 운동 후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함께 통곡물을 드시면 좋습니다.

    만약 정제된 탄수화물을 어쩔 수 없이 먹어서 혈당이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그 혈당을 떨어뜨릴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어요. 바로 운동입니다. 식후에 걷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식후 걷게 되면 혈당이 올라가다가 평행선을 그리는데, 20~30분 정도 걸으면 혈당이 다시 뚝 떨어지거든요.

    빠른 식사 속도도 혈당에 영향을 미칠까요?
    빠른 식사 속도는 정말 위험합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식사하는 민족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일 거예요.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죠. 식사 속도가 빠르면 우리 몸에서 효소들이 나와서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버려요.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 중추가 "아, 식사가 들어오는구나"하고 인식을 하는데, 빨리 먹어버리면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음식을 다 먹어 치우게 되니, 과식을 할 수밖에요.

    예를 들어 20분에 걸쳐 먹어야 할 양을 5분 만에 다 먹었다면 15분 동안은 여전히 배가 고픈 상태가 돼요. 그래서 식후에 디저트를 또 찾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거죠.

    흰쌀밥을 먹을 때 혈당을 덜 올리는 방법이 있나요?
    흰쌀밥을 아예 끊기는 힘들 겁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식사 순서입니다. 탄수화물을 제일 마지막에 드셔야 해요. '거꾸로 식사법'이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로 채소를 드세요. 섬유질이 위와 장에서 완충 작용을 해서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게 만들어줍니다. 동시에 포만감도 느껴지고요. 두 번째로 지방과 단백질을 드시고,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드시는 겁니다. "위 속에 들어가면 어차피 다 섞이는데 순서가 무슨 상관이야?"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식사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고 다이어트와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증명됐어요.

    햄버거에는 '탄·단·지'가 다 들어있는데 왜 좋지 않을까요?
    햄버거의 구성요소를 보면 탄수화물도 있고 단백질도 있고 채소도 있으니까 완벽한 음식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크게 베어 물어서 한 번에 먹는다는 거죠. 만약 알려드린 '거꾸로 식사법'으로 햄버거를 다 분해해서 처음에 야채를 먹고, 그다음 고기를 먹고, 마지막으로 빵을 드시면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까지 해서 햄버거를 먹을 필요는 없겠죠?

    식후 과일은 어떤가요?
    식후에 과일 먹는 건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예전 산업화 시대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는 식사량이나 영양이 충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과일을 나눠 먹으면서 TV도 보고 담소도 나누던 좋은 추억들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요. 이미 과잉된 식사에 과잉된 정제 탄수화물, 과잉된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는데, 거기에 과일까지 더하면 엄청난 칼로리 폭탄을 한 번 더 맞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과일을 정말 먹고 싶다면 식사량을 줄여야 해요. 근데 그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식사는 배부르게 하고 과일까지 먹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래도 과일을 먹고 싶다면, 그나마 괜찮은 과일이 있을까요?
    과일 중에서도 당도가 낮고 건강에 좋은 것들이 있어요. 제가 가장 추천하는 건 베리류입니다. 딸기, 라즈베리, 블루베리 같은 것들이 좋아요. 다만 딸기는 조심해야 하는데, 요즘 나오는 품종들이 개량되면서 당도가 엄청 높아졌거든요. 블루베리는 정말 추천합니다. 그 외에 자몽, 아보카도, 레몬, 오렌지 같은 것들도 괜찮고요. 사과나 배도 당도가 너무 높지 않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어요.

    떡볶이를 먹으면 왜 유독 졸릴까요?
    떡볶이도 만드는 과정이나 재료를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떡은 쌀이나 밀을 갈아서 응축시켜 만든 건데, 이게 바로 정제 탄수화물의 대표적인 예죠. 더 큰 문제는 양념이에요. 떡을 엄청 달고 짠 양념에 버무려서 먹잖아요. 매운맛과 짠맛이 강하면 단맛을 잘 못 느끼게 됩니다. 떡볶이 직접 만들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설탕이 정말 엄청나게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떡 때문에 혈당이 확 올라가고, 거기 들어간 물엿과 설탕 때문에 혈당이 또 한 번 치솟아요. 게다가 떡볶이는 대부분 떡만 있고 다른 영양소가 거의 없어서 영양소 결핍까지 겹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혈당이 급등했다가 급락하면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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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당이 오르고 있을 때 몸에서 느낄 수 있는 신호가 있나요?
    이게 참 까다로운 부분인데요, 혈당이 오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해요. 정말 예민하신 분들은 혈당이 올라갈 때 약간의 쾌감을 느끼거나, 피로감이나 손떨림 같은 걸 느끼는 경우도 있긴 해요. 하지만 이건 정말 소수고, 대부분은 혈당이 쭉쭉 올라가도 전혀 모릅니다. 그래서 '조용한 위험'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혈당이 올라가는 걸 스스로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제가 추천하는 건 '연속 혈당 측정기'예요. 몸에 붙여놓고 혈당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거든요. 이걸 사용하면 "아, 이 음식을 먹으니까 혈당이 이렇게 올라가는구나" 하고 경각심을 갖게 되고, "이 음식은 안전하구나" 하는 것도 알 수 있어요. 또 운동하면 혈당이 뚝뚝 떨어지는 걸 직접 보게 되니까 운동할 동기도 생기게 되죠.

    연속 혈당 측정기, 바늘로 찌르는 거라 아프지 않나요?
    요즘 나온 기기들이 정말 좋아져서, 아프다기보다는 따끔하다는 느낌 정도만 들어요. 또 붙이고 나면 수영도 할 수 있고 샤워도 아무 문제 없이 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게 잘 붙어있습니다. 일상생활에 거의 불편함이 없어요. 게다가 휴대폰으로 바로바로 혈당을 확인할 수 있고요, 병원에서 처방받으면 의사가 환자분의 혈당 데이터를 전부 모니터링할 수도 있습니다.

    공복에 마카롱 먹는 건 정말 안 좋은가요?
    정말, 정말 안 좋습니다. 혈당 측정기를 한 번 붙여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본인의 혈당 수치를 직접 보는 순간, 마카롱은 자연스럽게 끊게 될 거예요.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드릴게요. 20대의 깡마른 여성이 마카롱 하나를 빈속에 먹었는데 혈당이 200까지 치솟았어요. 반면에 계란과 그릭요거트로 포만감 있게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사람은 혈당이 120도 안 올라갔습니다. 즉, 먹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가 혈당 수준을 결정한다는 거예요.

    그래도 디저트를 포기할 수 없다면 언제 먹어야 하나요?
    디저트는 안 먹는 게 제일 좋죠. 하지만 정말 먹어야겠다면, 절대 공복에 먹으면 안 됩니다. 식후에 드셔야 해요. 우리가 '디저트'라고 부르는 건 식후에 먹는 거고,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는 건 '간식'이라고 하잖아요. 디저트가 간식보다는 낫습니다. 왜 그럴까요? 식후에는 위 속에 이미 음식이 들어와 있어요. 단백질도 있고 섬유질도 있죠. 그러니까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혈당이 천천히 올라갈 수 있어요.

    췌장 입장에서 생각해 볼게요. 식사할 때 인슐린이 한 번 나올 준비를 해서 일을 했잖아요. 그런데 후반부에 정제 탄수화물이 하나 더 들어오면 이어서 한 번 더 일하고 끝나면 됩니다. 하지만 식사와 식사 사이에 간식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췌장이 쉬고 있어야 할 시간에 인슐린을 또 분비하는 일을 해야 되는 거예요. 이게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면 췌장이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되고, 그때 비로소 당뇨 전단계나 당뇨가 오는 겁니다.

    또 한 가지,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 있어요. 바로 운동을 마치고 나서 자신에게 보상을 줄 때입니다. 운동으로 근육이 활성화되면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저장할 수 있는 창고들이 활짝 열리거든요. 이때 탄수화물을 조금 먹는 건 괜찮습니다. 정리하면, 간식을 꼭 먹어야 한다면 운동 직후 또는 식사 직후가 다른 때보다는 훨씬 낫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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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원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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