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첫눈’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크리스마스 영상을 송출하는 모습. /신세계면세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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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무드를 만든다.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슬픈 음악이 배경에 깔리면 비극적 감정이 끼어든다. 연인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달콤한 재즈나 관능적인 알앤비를 틀어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간은 배경 음악을 특정 상황을 해석하는 감정적 틀로 활용한다.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느냐에 따라 보고 해석하는 방향이 달라진다.
계절 음악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봄이라면 대부분 벚꽃 아래에서 연인과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길 바랄 것이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나 산으로 떠나 짜릿한 기분 전환을 즐기고 싶을 것이다. 가을 낙엽을 보며 시간의 무상함이나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대단히 보편적인 경험이다. 음악은 그런 마음을 부추기거나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겨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스함을 느끼고 싶다. 오붓한 성탄절 파티 동안 눈 내리는 광경을 보는 것은 겨울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낭만 중 하나다. 스키장에서 연인을 만나는 우연도 한 번쯤 꿈꿔 보는 판타지다. 겨울 음악은 주로 그런 상상과 감정을 유발하도록 설계된다.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 소비자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체류 시간이나 구매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은 특히나 지출 이벤트가 많은 대목이다. 선물·송년회·크리스마스·신년 등이 줄지어 있다. 그래서일까. 기업과 매장들은 앞다퉈 성탄 분위기로 장식하고 캐럴을 튼다. 특히 올해는 캐럴이 빨리 등장했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는 11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머라이어 캐리의 역주행도 11월 말부터 시작됐다. 12월 초부터 음원 사이트 스포티파이의 미국 톱 50은 상위권이 캐럴들로 줄 세워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에서도 겨울 음악 역주행이 시작됐다. 엑소의 ‘첫눈’이 음원 사이트 10위권 안에 진입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시아의 ‘Snowman’도 차트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차트에도 성탄 시즌이 시작됐다.
눈 내리는 고요함 같은 편안하고 몽롱한 사운드, 썰매나 교회 종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벨 소리 등이 당분간 거리와 카페 등에 널리 퍼져 있을 듯하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겨울 특유의 정서에 젖게 만드는 이런 분위기는 아마도 한동안 우리 주변을 감쌀 것이다. 음악이 바꿔 놓는 공기만큼 평온하고 따뜻한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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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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