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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AI전력 수요 폭발… K가스터빈 ‘빅3’ 틈새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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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發 가스터빈 주문량 3배 늘어

    조선일보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가스 터빈. 가스 터빈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고속 회전하며 에너지를 생성한다. 최근 생성형 AI로 인한 전력난이 대형 가스터빈 시장을 수십 년 만의 최대 호황으로 이끌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국산 가스터빈을 공급하는 등 한국 업계도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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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형 AI가 촉발한 전력난 탓에 대형 가스터빈 시장이 수십 년 만의 최대 호황에 진입하며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 전력망만으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화력발전소를 짓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스터빈은 화력발전소의 핵심 설비로, ‘발전소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가스터빈 시장 글로벌 빅3(GE·지멘스·미쓰비시)의 주문은 수년 치가 밀려 있다. 지금 주문해도 5년 뒤인 2030년에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수급 불균형은, 독자 모델을 보유한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에도 전례 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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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불러온 ‘가스 르네상스’

    11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맥코이(McCoy Power Reports)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가스터빈 주문량은 66.1GW(기가와트)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4% 폭증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된 미국발 주문 용량은 3배 이상(9.2GW→30.5GW) 늘며 전체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AI발 전력 수요 때문이다. 블룸버그NEF는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현재의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량의 절반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픈AI, MS,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는 현재 500개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가스터빈(LNG 발전)은 이같은 급격한 전력 수요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풍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 즉시 켜고 끌 수 있는 유연한 발전원이 필수다. 원자력은 가동과 정지가 어렵고 석탄은 탄소 배출이 너무 많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24시간 무중단 전력’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 대안인 셈이다.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어도 가스터빈 수요는 구조적으로 우상향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빅3 ‘공급 공백’ 파고드는 K가스터빈

    지난 10년간 탈탄소 기조 속에 생산 능력을 줄여온 글로벌 빅3 제조사들은 갑작스러운 수요 폭증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웃돈을 줘서라도 발전기를 구하려는 상황에서, 이 공급 공백의 최대 수혜자는 후발 주자인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은 2019년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한 뒤,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1만5000시간 실증을 완료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관건은 미국·독일·일본이 장악한 해외 시장 진입이었다. 두산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납기 5~7년’을 부를 때, ‘납기 1년’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북미 시장을 뚫었다. 한국 제조업 특유의 속도전을 내세운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0월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메가와트(MW)급 대형 가스터빈 2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산 가스터빈 최초의 미국 수출 기록이었다.

    가스터빈 수퍼사이클은 두산만의 호재로 그치지 않는다. 블레이드(날개)뿐 아니라 부품만 30만개에 달하는 가스터빈은 ‘기계 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두산과 협력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만 340여 곳에 이른다. 정밀 주조, 특수 열처리, 코팅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동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가스터빈이 한국 수출의 새로운 효자 종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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