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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fn광장] 권력 구조 개편해야 비상계엄 재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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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제는 근본적으로 '제왕적'
    권한 실효적 통제가 쉽지않아
    우리 국민 대통령제 유독 선호
    유럽 대부분 의원내각제 채택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 꼽혀
    권력구조 개편 개헌논의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국민들을 경악과 공포에 빠뜨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이 같은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계엄 선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가장 핵심적인 대응은 내란세력을 모두 밝혀내고 이들을 엄정히 단죄하는 것이다. 단죄가 중요한 이유는, 향후 어떤 대통령이 다시 계엄을 시도하더라도 이에 동조할 세력이 생기지 않도록 '경고 효과'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지금 단죄를 해야만, 공직자들이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명령에 따르면 자신의 삶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명확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과제는, 제도의 근본적 개선이다. 제도적으로 비상계엄과 같은 친위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결코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권을 가지는 이유는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외국에 의한 영토 침범이나 대규모 테러와 같은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려면 대통령에게 이러한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근본적인 딜레마가 발생한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부여하는 이상, 그 권한에 대한 실효적 통제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그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중심제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개헌 논의가 불가피하다. 대통령제를 유지한 채 제도의 일부분만 미봉하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통령제는 본질적으로 '제왕적'이다. 미국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세계는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가 간 조약이 일방적으로 사라졌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에 10년간 총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는데, 매년 200억달러 규모의 이 대미투자는 우리 외환보유액과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생각하면 상당한 부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이다.

    연방제 국가로서 주(州)의 자율성이 보장된 미국에서도 대통령 한 명의 결정으로 국정의 방향이 급변하는 상황이라면, 중앙집권적 구조를 지닌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만약 '좋은' 대통령이 나타나 권력 행사를 자제하기를 기대한다면, 이는 기우제를 지내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좋은 대통령'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권력의 속성에서 비롯된다. 권력은 집중되는 속성을 지니며, 일단 획득한 권력은 쉽게 내려놓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권력의 본성이 이렇기 때문에, 권력 확대를 위해 무자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어도, 스스로 권력 행사를 절제하는 인물은 거의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제가 이렇듯 본질적으로 '제왕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 또 다른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명확히 짚어야 할 점은, 대통령제를 유지한 채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 혹은 연임제로 변경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5년짜리 제왕'을 '8년짜리 제왕'으로 만들 뿐이라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단 세 명에 불과하다. 이는 현직 프리미엄 덕분에 대부분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중임제 혹은 연임제로 개헌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유독 선호한다는 현실이다. 내각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가지게 된 이유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높은 경제 수준을 누리는 유럽 국가 대부분이 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미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순수한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극히 드문데, 이러한 사례를 고려할 때 이제는 우리 사회도 권력구조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좀 바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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