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1 (목)

    [사설] 금산분리 안해도 확실한 자금융통 통로 만들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재부, 증손회사 지분 규정 개편
    구 부총리 "금산분리는 손 안대"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금산분리 원칙은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며, 거의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금산분리는 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산업자본이 금융까지 겸업하여 발생할 수 있는 폐단을 막기 위한 규제로 1982년 도입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통령이 이에 화답한 것이다.

    그러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금산분리는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고 이 대통령의 발언과는 다소 다른 말을 했다. 다만 그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 자금조달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금융적인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구 부총리의 발언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금산분리 제도 자체를 손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구 부총리는 금산분리 제도 자체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마도 핵심은 비슷할 것이다. 금산분리 제도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뜻이다.

    재계가 금산분리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첨단산업에 천문학적 투자금을 융통할 수단이 필요해서다. 각국의 반도체 경쟁은 투자금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수백조원은 보통이다. 우리도 10일 700조원 규모의 반도체 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만큼 주요국들은 국가의 운명을 걸고 첨단산업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기업이 조달해야 하는 금액도 크기는 마찬가지다. 재원 마련에 실패하면 곧 사업 실패로 이어진다. 이런 막힌 혈로를 정부가 뚫어주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금산분리의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금산분리 제도가 없으면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부르고, 은행을 소유한 대기업이 무너지면 은행도 같이 망할 수 있다.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최소한의 규제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한도 4%는 세계 최저 수준으로 엄격하다. 구 부총리의 말은 이 규정은 전혀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금 때문에 첨단산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기재부는 업무보고에서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50% 이상으로 낮추겠다고 보고했다. 이 규제는 재벌 일가 등이 적은 지분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막는 장치다. 이 규정이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 정도로는 족하지 않다.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