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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사설]한미 대북 협의체 곧 가동… ‘직거래 탈선’ 막을 안전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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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가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정례 회의체의 연내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외교부는 “한미가 수개월 전부터 대북정책 전반의 공조를 위한 정례적 회의 개최 방안에 대해 실무 차원의 논의를 진행해 왔다”며 조만간 만남의 형식과 시기, 참석 인원 등을 조율해 협의체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한미가 수시로 만나 정책을 조율하고 상황도 공유하는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한미는 관세와 안보 협상에 몰두하느라 대북정책에 대해선 조율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스처에 맞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게 어쩌면 전부일지 모른다. 그러는 사이 미국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내세우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했고, 최근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에선 북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 안에서도 통일부 장관이 부처 간 조율 없이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 필요한 이유는 이처럼 한미 양쪽에서 중구난방식 얘기가 난무하면서 결과적으로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지만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최근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를 잇달아 만나 연합훈련 조정론 등 일각의 대북 유화론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미 간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위한 협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장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과의 만남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터라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한미 조율을 위해선 이 대통령이 자임한 페이스메이커로서 우리의 역할을 재점검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스타일과 ‘미국 우선주의’ 협상 기조로 볼 때 북-미 직거래는 우리만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성이 다분하다. 최근 미국 측이 연합훈련 조정론의 ‘과속’을 지적한 것도 정작 피스메이커가 꺼낼 협상 카드를 페이스메이커가 먼저 공개해 버리느냐는 불만일 수 있다. 한미가 로드맵부터 면밀히 맞춰봐야 한다. 특히 잘못된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안전판을 설치하는 것이야말로 페이스메이커의 중요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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