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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필동정담] 강북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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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오랜만에 청계천 변을 걷다가 문득 놀랐다. 평일 낮 시간이었는데도 내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까지 청계천 주변에 앉거나 걷고 뛰면서 그곳을 즐기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20여 년 전 보존 논리를 어렵사리 이겨내고 복원에 성공한 청계천이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세운지구가 현재 서울시 계획대로 개발되면 광화문·종각·을지로로 이어지는 도심업무지구(CBD)는 동쪽으로 확장되면서 오피스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다. 더불어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형성된다면 서울의 대표적 즐길거리가 되고 종묘를 찾는 사람도 보다 많아질 것이다.

    서울 구도심인 강북 지역은 개발에 대한 필요가 높지만 보존 논리가 항상 뒷다리를 잡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 결과 강남과 강북 간 불균형은 커지고 서울이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고공 행진하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면서 취임 후 6개월 동안 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다음 대책은 공급이 핵심이 될 터인데, 아무리 수도권에 공급을 늘린다 하더라도 서울 안에 주택공급을 늘리지 않고서야 서울 집값이 잡힐 리 없다.

    서울의 주택공급 부족 또한 보존 논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해제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구역은 총 389곳에 달한다. 이로 인해 약 30만가구의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뉴타운'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놓친 강북 재개발 구역 해제가 타격이 컸다. 재건축은 다시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할 수 있지만, 재개발은 한번 해제되면 상가·주택이 난립하면서 재지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강북은 서울 균형 발전의 중심축이자 미래 주거·산업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빌라·단독주택이 아파트로 바뀌면 보수화된다'는 정치공학의 논리에 강북이 더 이상 희생양이 되지 않길 바란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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