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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국민성장펀드 이어 국부펀드 … 선택과 집중 필요하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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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이어 싱가포르 테마섹을 모델로 한 '제2국부펀드' 설립 방침까지 밝혔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에서 국가 차원의 마중물 투자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발 펀드가 잇따르면서 관치금융의 부작용과 시장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정부 자금이 민간 자금을 밀어내는 '구축 효과'가 우려된다. 국민성장펀드 재원의 절반인 75조원은 정부 보증 채권으로 조달된다. 신용등급이 높은 이들 채권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 일반 기업의 회사채는 외면받거나 금리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민간 투자를 돕겠다는 정부 펀드가 오히려 기업 자금줄을 마르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투자 생태계 교란도 우려된다. 정부 펀드가 특정 영역에 과도한 자금을 공급할 경우 벤처캐피털(VC)을 비롯한 민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정부 자금을 받은 기업은 자본 조달 비용이 낮아져 경쟁 우위를 점하고, 그러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는 시장 왜곡이 발생할까 걱정이다.

    제2국부펀드는 '무늬만 테마섹'에 그칠 위험이 있다. 테마섹 성공의 핵심은 정부가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독립 경영 원칙'과 '수익 최우선'이라는 상업적 규율이다. 그러나 관제 펀드는 정관계에 연줄이 닿은 인사들의 자리 나눠 먹기 용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투자 결정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여지도 다분하다. 이렇게 되면 '눈먼 돈'을 노리는 부실 좀비 기업만 양산될 뿐이다. 이미 국민성장펀드는 '40% 이상 비수도권 배정' 원칙을 정했는데, 첨단 산업 투자에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투자 효과는 반감되고, 지역 이권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펀드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투명한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시장 실패가 발생하는 분야에만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투자하는 게 옳다. 민간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완화도 서둘러야 한다. 그게 관제 펀드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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