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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기고] K자본시장에 미래 10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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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한국 자본시장은 지금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미·중 경쟁과 무역갈등, 인공지능(AI)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초고령화와 저성장, 가계 자금의 부동산 편중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복합위기 속에서 자본시장이 국가 성장의 엔진으로 다시 설계되지 않는다면, 향후 10년의 경쟁력은 담보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업계·정부·투자자를 모두 아우르는 구조개혁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리더십이다.

    먼저 연금제도 개편과 장기 투자 기반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재의 디폴트옵션은 원금 보장형 중심으로 설계돼 장기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다. 미국 401k나 호주 슈퍼애뉴에이션처럼 적정 위험을 감수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국민의 노후를 위한 자산이 실질적으로 증식될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 인하는 긍정적인 변화다. 여기에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더해져야 가계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업권 간 상생 구조도 중요하다. 특히 대형사가 먼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신사업을 정착시키는 것이 생태계 확장의 출발점이다. 규모와 인력,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면, 중소형사는 그 틈새에서 혁신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시장 파이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파이 자체를 키우는 접근만이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등에 대한 규제 합리화 및 인가 확대 등을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자본시장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협회는 과거의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책 형성과 규제 방향을 좌우하는 정부·국회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회원사의 이해를 선제적으로 대변하는 기관으로 재정의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참여하는 상시 협의체를 통해 연금·세제·디지털자산 등 핵심 어젠다를 정례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또한 업계 의견을 사후적으로 모으는 방식에서 탈피해 정책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 역시 협회의 중요한 과제다. 전문 용어를 쉬운 언어로 정리한 표준 가이드라인, 이해하기 쉬운 설명서 제공, 금융 취약계층 교육 강화는 신뢰 기반을 튼튼히 하는 직접적 수단이다. 규제 또한 작은 위험은 완화하고 큰 위험은 집중 관리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장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금융투자협회장은 단임이면 충분하다는 원칙적 태도가 필요하다. 임기 연장을 전제로 한 접근은 구조 개편의 속도를 늦추기 마련이다. 3년 안에 성과를 내고, 남은 과제는 임기 이후 한시적 자문역 형태로 봉사하는 방식이 오히려 책임성을 높이고 추진력을 강화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서는 짧고 집중된 단임 리더십이 더 적합한 제도적 형태일 수 있다.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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