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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기자24시] 글로벌 난민 전락한 'K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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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최근도 증권부 기자


    두바이에서 한국 코인 프로젝트를 여럿 만났다. 수많은 블록체인 기업이 두바이로 몰려들어 법인을 세우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두바이는 가상자산 친화적 정책을 통해 이미 '크립토 허브'가 됐다.

    두바이는 한국에서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갈 수 있다. 길고 긴 비행 시간에서 지난 세월 멀어져온 한국과 블록체인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다.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하는 '금가 분리'가 시작된 2017년은 벌써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당시 TV에선 유명한 교수와 정치인이 나와서 비트코인을 두고 토론했다. 당시 출연자는 가치가 없다고 장담했다.

    그간 많은 것이 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크립토 대통령'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장 래리 핑크는 토큰화가 미래라고 공언했다. 미국에선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허용되고, 빅테크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 10년간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금가 분리라는 그림자 규제 속에 블록체인 산업은 고사했다. 최근 3년간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숫자가 두바이에도 역전됐다.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은 한국을 떠나야 했다. 싱가포르에 진출했던 한 블록체인 기업은 외국에 자리 잡기까지 크게 고생했다고 한다. 회계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아는 게 없으니 결국 현지 브로커가 소개해주는 곳을 쓸 수밖에 없었다. 소개 수수료도 부르는 대로 줬다고 한다. 무지성 정책에 쓸모없는 국부 유출이 일어난 셈이다.

    이후 싱가포르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은 또 한번 거처를 옮기는 추세다. 그게 바로 중동이다. 이들은 여기서도 정착을 위해 고생하고 있다.

    난민처럼 전 세계를 유랑하는 한국 블록체인의 비극을 이젠 끝낼 때가 됐다. 미국이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하고 일본, 중동, 유럽까지 모두가 변화를 따라가는데 우리가 눈감고 부정한다고 비트코인 가격이 0이 될 일은 없다. 언제까지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할 순 없다. 현실을 직시할 때다.

    [최근도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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