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시민들이 전기버스를 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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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줄이는 건 우린데, 왜 지자체가 돈을 거의 다 가져가는 지 이해가 안 되네요.”
한 운송업계 관계자가 현행 탄소배출권 제도를 두고 토로한 말이다. 현재 전기버스·전기택시 등 친환경 무공해차를 운행하는 운송사업자는 탄소를 줄인 만큼 현금화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탄소크레딧)을 받게 돼 있다
일반적인 시내버스 규격인 47인승 전기버스가 1년에 감축하는 탄소량은 약 30t(톤) 수준이다. 지난 11월 기준 탄소배출권 평균 거래가(1t당 1만486원)를 적용하면 약 31만4580원에 해당한다. 전기버스 50대를 운행하는 업체라면 산술적으로 연간 약 157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운송사업자가 손에 쥐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다. 지방자치단체가 전기버스 구매보조금을 지급한 비율만큼 탄소배출권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구매보조금 비중은 차량 출고가격 대비 64.5%다. 전체 탄소 감축량에서 이 비율 만큼이 지자체 몫이 되고 나머지 35.5%만 운송사업자에게 돌아간다. 전기버스 50대를 운행하는 업체가 받을 수 있는 탄소크레딧은 약 557만원(1570만원의 35.5%)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딴 사람이 챙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 전기버스 '일렉시티'. 사진 대중교통커뮤니티 'SB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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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된 건 전기버스 구매에 들어가는 보조금(정부·지자체 예산) 만큼을 탄소 감축 효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환경부)는 전기버스 구매 시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면 차량 가격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만큼 운송사업자의 탄소배출권을 삭감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배출권을 승인·지급하고 있다. 지자체는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인 만큼, 이들의 탄소 감축 실적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금액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올해 기준으로 충청남도는 탄소배출권의 89%, 서울특별시는 70%, 대전광역시는 78%를 가져간다. 운송사업자 입장에서는 전기버스를 도입해 운행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이에 일부 운송사업자들은 환경부에 탄소배출권 제도 개선을 요청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는 보조금 지급 외에는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기여한 일이 없는데 거의 절반 이상을 떼어가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단순히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축 실적의 소유권을 지자체가 가져가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법률 자문을 받아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운송사업 외에는 뚜렷한 탄소 감축 수단이 없는 점도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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