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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북핵' 사라진 한미 핵협의…北에 잘못된 신호 줄라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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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제5차 회의 공동성명에서 '북한' 관련 표현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회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지만, 정작 이 협의체의 존재 이유인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직접 언급이나 경고성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북한에 한미동맹의 핵 대응 의지가 약화됐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

    이번 공동성명은 미국이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대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원론적 공약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1·2·4차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경고 문구는 삭제됐다.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확대, 핵작전의 '공동 기획' '공동 실행' 등 억제의 실행력을 상징하던 표현도 모두 빠졌다.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북한 비핵화' 표현이 빠진 데 이어 NCG 성명에서도 '북핵' 언급이 사라진 것은 우려를 키운다. 북한이 이를 미국의 북핵 사실상 용인이나 핵 사용 문턱 완화로 오판할 여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성명에는 처음으로 "한국이 한반도 재래식 방위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동맹 내 역할 분담의 진전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자칫 미국이 핵 억제 전면에서 한발 물러나고, 재래식 방위 부담을 한국에 이전하는 모양새로 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는 "한미 확장억제 협력은 오히려 심화·구체화되고 있다"며 "한미의 북핵 불용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지만, 메시지가 옅어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 능력은 이미 고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동맹의 억제 의지가 흔들린다는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 한미는 차기 NCG 회의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억지력의 공백은 오판을 부르고, 오판은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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