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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비트코인 위협하는 또 하나의 변수 ‘엔화 강세’ [엠블록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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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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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을 앞두고 비트코인, 그리고 디지털 자산 시장이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4분기 들어서 해킹, 대규모 청산 등 그야말로 악재들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요. 최근에는 또다른 악재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로 엔캐리 트레이드입니다. 쉽게 말해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인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엔화와 비트코인, 2024년부터 관계 밀접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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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승 추세인 엔화 가치 < 출처 : 매일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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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제로 금리를 이용해 투자자들이 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엔화의 공급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니 엔화는 약세가 되구요, 늘어난 엔화로 자산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니 자산 가격은 오르게 되는 것이죠.

    엔캐리 트레이드는 매우 오래된 현상입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십년이라고 불린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무려 1990년대 중반부터 기준 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기준 금리가 사실상 제로이니 당연히 대출 이자도 매우 저렴하겠죠. 국경을 넘어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이용해 일본에서 엔화를 저리로 대출한 뒤 고수익의 자산에 투자해왔습니다. 이 투자 대상은 초기 안정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에 집중됐다가 2000년 이후 나스닥과 같은 고위험 고수익 자산까지 확산됐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까지 그 폭을 넓혔습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 엔캐리 트레이드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작년부터입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그 특성상 정확한 규모를 산출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투자자들이 수시로 대출하고 수시로 갚기 때문입니다. 작년 CNBC에서는 전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2조에서 4조달러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이 중 일부가 고수익을 위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현재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자산 시장 내 엔캐리 규모는 정확히 추산되지 않지만 시장 반응을 통해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시작은 작년인데요. 2024년 3월 19일 일본은행이 17년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제로금리 정책을 공식 종료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20% 이상 추락했습니다. 엔화 대출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상환을 위해 비트코인을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비트코인에도 큰 영향을 미침이 확인됐습니다. 이어 7월, 그리고 올해 1월에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계단식 하락 멈춰야 투자 재개
    그런데 왜 지금 또 비트코인 약세의 원인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지목되는 것일까요? 일본은행이 다시 한번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겠죠. 오는 19일 예정된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때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이러면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는 0.75%가 돼 지난 1995년 이래 30년만에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채에 기준금리 상승이 선반영되면서 이달 초 국채 금리가 일제히 뛰었습니다. 그리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진행되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았고 글로벌 투자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달 초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를 내준 것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유동성 경색이 이유로 꼽힙니다.

    글로벌 유동성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은 해킹 사고나 거시경제 변수에 따른 일시적 충격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띕니다. 단숨에 두자릿수 하락세를 보이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지지선을 낮춰 계단식 하락 형태를 보이죠. 현재 비트코인이 10만달러에서 9만달러, 8만달러로 저점을 낮춰가는 것이 이와 유사한 모양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현재에는 일본의 금리 추세를 보면서 관망세를 유지하는 투자 관점이 적합할 것입니다. 게다가 19일 회의에서 예상외의 추가 금리 인상이 나온다면 가격은 더 출렁거리겠죠. 또 금리 인상이 선반영됐다지만 막상 결정되면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올해 산타 랠리는 기대를 낮추고 글로벌 유동성이 반등하는 계기가 발생할 때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관점을 정립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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