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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기고] K제약바이오 도약시킬 '약가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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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은 혁신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새로운 약물의 등장, 인공지능 중심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 등 기술 환경의 혁신과 함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 등 경영전략의 혁신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 바람에서 제약·바이오 산업계도 중차대한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그간 우리 산업계는 41개의 신약 개발 등 기술적 성과는 물론이고 역대 최고 수준인 약 93억달러의 의약품 수출 등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성장산업으로서 잠재력을 입증해왔다. 그러나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2023~2024년 2년간 허가받은 국내 개발 신약은 2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세상에 없던 치료기전을 개발한 수준(First-In-Class)은 이르지 못하였다. 또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8%에 불과하여 글로벌 빅파마 10개사 평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 산업계 대다수 기업은 2022년 캐나다 약가검토위원회가 OECD 평균보다 2.17배 높다고 분석한 제네릭 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정부는 이런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국민에게는 보다 향상된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약가제도의 종합적 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신약 개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신약 등재 체계를 개편하여 신약의 가치를 보다 빠르고 적정하게 반영한다. 기업이 R&D에 투자할수록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혁신 선순환 구조 확립에 집중한다. 아울러 혁신적 약이 국내외 시장에서 조기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칭 약가 유연계약제도 확대한다.

    둘째, 진료 현장에 안정적 수급이 필요한 필수의약품 관련 제도를 정비한다. 산업 현장의 변동성을 반영하지 못하였던 퇴장방지의약품 원가보전 기준 등을 현실화하고,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 담보가 어려운 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가 우대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약가 관리 체계를 합리화하여 국민 건강권 보장과 산업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원칙 간 조화를 달성한다. 제네릭 중심 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약의 가격을 매기는 산정 체계를 고도화하고,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재정비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또 주기적으로 약가를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개편의 핵심은 건강보험 약가제도의 축을 '안정 지향'에서 '혁신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제도의 비효율적 구조는 개선하고 군살은 과감히 덜어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는 산업계의 성장 기반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성장 공식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 신약 개발을 진흥하고 글로벌 출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후원자 역할이다.

    혁명적 과학관의 창시자인 토머스 쿤은 패러다임 전환이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탈피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하였다. 약가제도 개선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 동력을 일깨우고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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