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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사설] 연명의료 중단 인센티브·탈모 건보 적용 모두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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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세종=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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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에서 국민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정책을 흔드는 즉흥적 발언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연명의료(치료)를 안 하면 비용이 엄청 절감되는데, 보험료(의료비)를 깎아 주는 등의 정책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도덕적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면서도 “고민해달라”고 했다. 죽음에 인센티브를 주는 논쟁적 사안을 이런 식으로 불쑥 공론장에 제기한 것부터 적절하지 않다.

    임종 과정 환자의 죽음을 지연시키는 의학 기술 발달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이에 치료 효과가 없고 고통만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는 했다. 초고령화에 따라 연명의료의 사회적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문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다. 경제적 대가를 지급해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반(反)인권, 반생명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제도다.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원하지 않는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거니와, 특히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연명의료결정법 등 제도 정비, 죽음과 관련한 문화·인식 개선을 통해 차분히 해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유전성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지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탈모는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고 의학적 탈모는 이미 지원 대상이라며 난색을 표했으나 이 대통령은 "탈모는 생존 문제"라며 투입 검토를 지시했다. 탈모 치료 급여화는 이 대통령의 2022년 대선 공약이다. 건보 적자 전환·재정 고갈 위기가 닥쳐 오는 데다 100% 비급여인 항암제, 희소병 치료약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미용 의료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의학계도 "중증질환 지원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이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보건의료 정책은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지시를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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