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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컬처를 둘러싼 뉴스들은 한 가지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한국 문화는 지금 무엇이 되고 있는가. 힙합 뮤지션 제이지가 한국의 투자사와 함께 K컬처 전반을 포괄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 그리고 한국 정부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 지역에 ‘K컬처 허브’ 조성을 추진한다는 국가 간 협력 보도는 그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이 사례들은 K컬처가 자본과 국가 전략이 결합된 구조적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제이지의 투자 소식은 해외 자본이 K컬처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상징한다. 이제 투자 대상은 특정 아티스트나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니다. 음악, 영상, 캐릭터, 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하는 한국 문화 전반이 하나의 장기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는 K컬처가 지속 가능한 문화산업 생태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본의 유입은 문화에 새로운 시간표를 부여한다. 투자 논리는 문화의 속도와 방향을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실험적이고 비주류적인 표현은 주변화될 위험에 놓인다. 자본은 가능성을 열지만 동시에 문화의 리듬을 바꾼다.
이와 함께 국가 단위의 문화공간 전략도 부각된다. 한국과 UAE가 중동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K컬처 허브를 조성하려는 구상은, 한류가 콘텐츠 수출을 넘어 현지에 상주하는 문화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문화외교를 넘어 한국 문화가 글로벌 공공 공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를 묻는 시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글로벌 공공성의 문제다. K컬처 허브는 단순한 홍보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매개로 만나는 장이 된다. 이때 문화는 국적을 드러내는 표식이기보다 관계를 형성하는 공통 언어로 작동한다. 공공성이 커질수록 문화가 짊어지는 책임도 무거워진다. 무엇을 대표하고 어떤 차이를 존중할 것인지는 더 이상 내부의 문제가 아니며, 문화가 공적 장에 놓이는 순간 윤리적 판단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K컬처가 어떤 방향성을 그리며 확장해 갈 것인지를 묻는다. 자본과 국가 전략에 힘입어 성장하면서도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공공적 문화 자산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K컬처의 힘은 자본과 국가의 틀을 통과하면서도 관계와 의미를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달려 있다. 투자와 외교의 언어에 머물지 않고 공존과 교류의 언어를 꾸준히 만들어간다면 K컬처는 유행을 넘어 21세기 문화의 하나의 모델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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