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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사설] 법원 스스로 내란재판부 구성… 여당은 위헌성 법안 접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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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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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내란·외환 사건만 전담하여 심리하는 재판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법률로써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사법부가 위헌 소지를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전담재판부 구성에 착수한 것이다. 위헌 요소를 피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인 만큼, 여당은 전담재판부 설치법 단독 처리 방침을 철회하고 사법부가 불법 비상계엄 재판을 신속·공정하게 심리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18일 대법원은 대법관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 관련 전담재판부 설치를 규정하는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국가적 중요 사건이란 내란, 외환, 군형법상 반란 사건 중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국민적 관심 대상이며 △신속하게 처리할 사건을 가리킨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위원 및 군경 지휘부 재판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작위 배당으로 전담재판부를 지정해, 이 재판부에는 다른 사건을 주지 않고 내란·외환·군반란 사건만 맡기는 식이다.

    사법부가 스스로 만든 예규를 통해 전담재판부를 운영하면 여당 법안에서 지적된 여러 위헌적 요소를 비켜갈 수 있다. 재판부 선출 방식을 구체적 법률로 규정하는 여당 안은 “입법부가 사법부의 고유권한(재판부 구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재판 도중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을 만들면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도 뒤따른다.

    대법원이 추진 중인 전담재판부는 무작위로 지정되기 때문에 대법원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계엄 사건만 심리하기에 신속한 진행을 기대할 수 있다. 여당이 강조해 온 법안 취지를 충족시킬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민주당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여당이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정한 절차는 재판의 알파와 오메가'라는 말이 있다. 절차가 휘둘리면 아무도 재판 결과를 수긍하지 않는다. 사법부 밖에서 재판 절차에 개입하려는 것은 재판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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