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레꼴 주얼리 스쿨의 진주 수업 참여해보니
다양한 모양과 종류의 진주를 직접 보고 만져보며 진주에 대한 지식을 쌓는다. /반클리프 아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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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레꼴 주얼리 스쿨은 대중을 위한 강습과 실제 주얼러들이 디자인을 위한 드로잉 최종 단계로 이용하는 구아슈(gouaches·아라비아 고무나 불투명 안료를 더해 만든 불투명 수채 기법·물감·그림) 등 다양한 작업을 배울 수 있다. 지난 9월 방문한 당시 수업 내용은 진주. 인류가 가장 최초로 사용한 보석으로 꼽히는 존재이자 인종·피부색·성별·나이에 상관 없이 두루 착용할 수 있고, 특히 착용했을 때 함께 살아 숨쉬는 듯 아름답게 구현되는 보석이기도 하다. 올리비에 세구라 아시아퍼시픽 지사장은 진주 과정 하나를 개설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 미술사학자, 보석 연구가 등과 함께 수년간을 개발했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진주: 역사, 과학 그리고 전설’이다.
레꼴 수업에 사용하는 진주들. /반클리프 아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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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 앞서 참가자들이 모두 ‘레꼴’이라 적힌 흰색 가운을 입으니 과학 연구자 같은 눈매로 바뀌어 있었다. 탐구자 그 이상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긴 했지만. 이날 강연을 맡은 미술사학자 겸 레꼴 강사 마틸드 버거 롱두앙 앞에는 우유빛, 핑크, 검푸른 빛 등 다양한 색상의 진주 뿐만 아니라 진주를 품은 조개의 다양한 형태도 전시돼 있었다. 조개 껍데기 내부 색상이 그토록 총천연색으로 다른지를 보는 것 역시 찬미로웠다. 강의실이었만, 작은 박물관이자 생태학 연구소이자 지질학과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장소였다. 처음에 등장한 건 생애 주기 같은 진주의 탄생에서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 과정. 물론 아름다운 형태와 스타와의 만남 역시 강좌의 호흡을 조절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진주인 라 페레그리나는 원래 16세기 파나마 해안에서 발견됐고, 배우 리처드 버튼이 1969년 소더비에서 3만7000달러에 구입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독특한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선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퀴즈.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가장 오해하기 쉬운 내용중 하나였다. 진주는 조개가 품은 모래 알갱이에서 탄생한다는 내용 말이다. 출산의 고통처럼 매우 사실적이고 때로는 유혹적이며 누군가 진주를 우연히 조개 속에서 발견한 이에겐 행운과 낭만의 상징이겠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고 한다.
레꼴 수업에 사용하는 진주들. /반클리프 아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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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바다를 정화하는 과정 중에 탄생한 과학적 산물이었다. 해저에 사는 조개와 굴은 매일 거의 수영장 만큼 많은 양의 물을 여과하는데, 이 정교한 여과 메커니즘을 통해 조류와 불순물을 흡수해 바다를 정화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매우 ‘특별한 것’, 바로 진주를 만들어낸다. 조개와 굴의 섬세한 내부가 박테리아에 감염돼 진주층을 분비하게 된 결과 빛나는 광채를 가진 진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떠오른 보티첼리의 명작인 ‘비너스의 탄생(1485)’을 생각해보니, 사랑과 미의 여신인 비너스는 푸른 바다 거품으로부터 태어나 진주조개를 타고 바다 위에 서 있지 않는가. 인류와 진주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은유 같은 느낌이었다. 삶은 고통과 환희, 슬픔과 기쁨, 그 모든 것을 여과하는 과정에서 단단해진다.
진주 수업에서는 진주를 품는 다양한 조개 종류를 설명한다. /반클리프 아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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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야 진주로 유명한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은 물론 담수 진주가 발견되는 미시시피 강, 타히티 진주의 고향인 남중국해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진주 양식장까지 전세계를 여행한 느낌을 경험하다가 마주하는 건 실제 진주들. 진주의 다양성, 기원, 등급, 색상, 질감 등을 직접 비교하고 맞춰보는 시간이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열중해서 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러 개의 진주 속에 비슷한 진주를 구별해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진주의 크기와 광택, 손실 정도 모두를 맞춰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지에 대한 간접 경험이기도 했다.
[홍콩=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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