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오늘 결정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9월 한 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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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19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만약 일본 기준금리가 현재 연 0.5%에서 0.75%로 올라갈 경우 30년 만의 최고치가 된다. 이로 인해 일본발(發) 시장 충격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와, ‘폭락’ 가능성은 작다는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 세계가 숨죽이는 배경엔 장기간 낮은 금리가 지속된 일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세계 각지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실체는 무엇이고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엔 캐리 트레이드가 뭔가
‘캐리 트레이드’는 직역하면 들고 가서(carry) 투자한다(trade)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저금리 국가의 통화로 차입해서 고금리 국가의 통화로 환전한 후 해당 국가에 투자하는 행위 혹은 그러한 투자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장기 저성장·저물가를 겪은 일본은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해 왔고, 이 때문에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꾸준히 늘어왔다. 다만 금리 차를 공략한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한은 블로그에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은 금리뿐 아니라 환율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후 아시아 증시가 급락했던 2024년 8월 4일 한국, 일본, 대만의 주요 증시 하락률. /그래픽=양인성 |
◇‘엔 캐리’ 규모가 얼마나 되나
캐리 트레이드는 주식·채권 투자뿐 아니라 외환 파생상품을 통한 거래도 모두 포함한다. 그래서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규모에 대해선 수천억에서 수조 달러까지, 분석 기관마다 매우 다른 추정치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 개인·기관·연금의 증권(주식·채권) 투자금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약 4조9000억달러로 같은 시점 한국 1조2000억달러의 네 배 수준을 넘는다. 일본에 있는 글로벌 은행들의 자국 본점에 대한 엔화 대출이 지난해 약 14조엔 정도에 달한다는 한은 분석 결과도 있다. 최근엔 일본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가격이 급락했는데, 이를 두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그동안 가상 화폐 시장까지 영향을 끼쳐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왜 ‘엔 캐리’가 최근 화제인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여러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에다 총재는 금리 인상 전에 시장에 충분히 사전 신호를 주겠다고 해왔기 때문에 그의 발언이 12월 금리 인상에 대한 예고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금리 선물 시장을 통해 추산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18일 95%까지 올라갔다. 일본 금리가 상승하면 환율 변동 위험을 감수해 가며 다른 나라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고 자금을 일본으로 돌리려는 이들이 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비슷한 상황이 과거에도 있었나
지난해 7월 말 일본은행이 연 0.25%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을 시사한 후 큰 충격이 발생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직후인 8월 4일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주식 시장이 폭락했다. 한국 코스피도 8.8% 급락했다. ‘발작’ 수준의 시장 혼돈은 일본은행이 한 주 만에 “추가 인상은 없다”고 ‘백기 투항’하고 나서야 진정됐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건물 위에 일본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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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떻게 될까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이미 일본 국채 금리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리 상승은 투자자가 해외 자산을 팔고 안전하면서도 금리가 높은 일본 국채를 살 이유가 된다. 마니시 카브라 소시에테제네럴 주식전략가는 FT에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미국 S&P500 지수가 10~12%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완만한 금리 인상이 진행되는 과정에 지난해 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급격한 충격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지난해엔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일본은행 총재의 매파적 기자회견 발언이 겹치며 변동성이 확대된 특수한 환경이었다”고 했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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