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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오바마케어 폐기 당론에 공화 의원들 반란표… “트럼프 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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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범 1년도 안 돼 레임덕 위기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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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11개월만에 ‘레임덕(권력 누수)’ 위기를 맞았다.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에 반란표를 던지는 일이 잇따르고,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의 ‘여자 호위무사’로 불렸던 인사조차 “댐이 무너지고 있다”며 레임덕이 시작됐음을 인정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트럼프는 한밤중 대국민 생방송 연설을 통해 자신의 국정 성과를 과시했다. ‘자화자찬’으로 리더십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17일 밤 9시,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 나서 20여분간 지난 11개월간의 성과를 늘어놓았다. 그는 “나는 난장판을 물려받았고 이를 바로잡고 있다”면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변화를 이뤄냈다”고 했다.

    트럼프는 특히 관세 정책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관세 덕분에 18조달러(약 2경6586조원)의 사상 최대 투자를 유치했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 때 급등했던 자동차, 호텔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추수감사절 칠면조 가격은 33%, 달걀 가격은 82%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자신에게 유리한 일시적 통계만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면 전환을 위한 대국민 현금 살포 계획도 내놓았다. 내년 봄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환급을 시행하는 한편, 군인 145만명에게 1인당 1776달러(약 262만원)의 ‘전사(戰士·warrior)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배당금 재원은 상당 부분 관세 수입으로 충당한다. 그는 “세계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경제 호황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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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P 연합뉴스IS 테러로 전사한 미군 애도 17일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전사한 군인 2명과 민간인 통역사 1명의 유해 운구식이 열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희생자들의 관에 거수경례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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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트럼프의 ‘장밋빛 연설’은 역설적으로 그가 심각한 리더십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이날 발표된 PBS 방송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경제 정책 지지율은 집권 1·2기를 통틀어 최저인 36%를 기록했다. “물가가 내려갔다”는 트럼프 주장과 달리,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에 반기를 드는 공화당 의원들도 늘고 있다. 이날 미 하원에서는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의원(펜실베이니아) 등 공화당 중도파 4명이 당 지도부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는 ‘하극상’이 벌어졌다. 이들은 올해 말 만료되는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을 3년 연장하자는 민주당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심사 배제 청원’에 서명했다. ‘심사 배제 청원’이란 상임위 논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 표결에 부치자는 것으로, 공화당 의원들이 ‘백악관-하원의장’으로 이어지는 당 지휘 체계를 무시한 것이다.

    특히 오바마케어 보조금 폐기는 트럼프 정권이 최근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까지 감수하며 관철하려 했던 핵심 사안이다. 이날 반란을 주도한 4명 중 3명은 지난 대선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의원들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료 보험료 급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우려한 이들이 ‘트럼프에 대한 충성’ 대신 ‘유권자의 지갑’을 선택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지도부가 당내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라고 했다.

    지난 10일에도 반란이 있었다. 공화당 하원 의원 13명이 민주당과 합세해 트럼프의 ‘공무원 해고 권한 강화’ 행정명령을 무효화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관료 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에 여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 11일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의 정적인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을 징계하려는 국방부 보고서에 대해 “처벌 근거가 없다”며 퇴짜를 놨다.

    지방 의회와 군에서도 반(反)트럼프 움직임이 있다. 지난 11일 인디애나주 의회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가 요구한 ‘게리맨더링’(선거구 재획정)을 거부했다. 같은 날 그레고리 기요 미 북부사령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급진 좌파 등 ‘내부의 적’ 제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트럼프 발언에 대해 “정치적 이유에 따른 군 동원 등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친트럼프(MAGA) 진영 핵심 인사인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16일 CNN 인터뷰에서 “댐이 무너지고 있다”며 “레임덕 시즌이 개막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명령을 뒤집은 공화당 의원 13명은 투표 당일 저녁 턱시도를 입고 (트럼프가 주재한) 백악관 크리스마스 파티에 태연히 참석했다”며 “그들이 더 이상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공포 통치’ 유효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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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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