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대법 자체안 발표]
이틀 만에 與 수정안 대안 제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조희대 대법원장/연합뉴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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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8일 서울고법에 내란 관련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면서도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법원 안팎에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위헌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외부의 재판 개입 등 위헌 소지를 없애는 대안을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의 내란재판부 설치 방침에는 내란 관련 사건을 신속하게 결론 내야 한다는 법조계와 일반 시민들의 여론도 반영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와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등에서 ‘국민적 관심이 큰 내란 사건을 신속·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규를 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與 수정안’ 이틀 만에 자체안 마련
대법원은 이날 오전 열린 대법관 회의에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를 상정해 통과시켰다. 애초 안건이 아니었지만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 회의에 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을 보고했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검토해 예규로 제정했다.
그래픽=송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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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전담재판부 설치를 결정한 것은 지난 16일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앞서 민주당 강경파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판사회의가 내란전담재판부 법관 추천위원 9명을 뽑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위헌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추천위원 추천권을 전국법관대표회의와 판사회의가 갖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하지만 수정안에 대해서도 법조계에선 “공정한 재판의 핵심인 ‘무작위 배당’ 원칙을 무너뜨려 위헌”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자체적인 전담재판부 설치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대법원 예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사건에 대해 사실상 2심부터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되 기존의 서울고법 재판부에 무작위로 배당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되면 내란 관련 사건만 새로 배당받고 원래 심리하던 사건들은 다른 재판부에 넘기게 된다. 전담재판부를 몇 개 만들지 등은 서울고법원장이 판사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름은 전담재판부지만, 재판부 구성이나 사건 배당 방식은 법원의 통상적 사무분담 절차와 유사하다”며 “사법권 독립을 지키면서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절충안을 채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 “절차 지연 없을 것”
법원행정처는 이날 “이 예규를 통해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으로 인한 절차 지연 없이 신속·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걱정하는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 없이, 무작위 배당 등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며 “(내란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에서 ‘재판 예규’로 운영 기준을 정립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간 법조계에선 민주당식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사건 피고인들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거나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거나 헌재가 재판 중지 가처분을 내리면 내란 재판이 올스톱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법원이 스스로 무작위 배당 원칙을 사수하는 선에서 자체 전담재판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법원 예규로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면 피고인이 불복하거나 재판 중단을 요청할 방법은 없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별도 예규까지 만들어 전담재판부를 설치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여당의 압박을 의식하면서 위헌 요소가 없는 대안을 모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예규 제정 과정에서 여당과 따로 소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의 전담재판부 신설에도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수정 법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법률이 예규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대법원 예규는 무력화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도 “(민주당 수정안이) 입법되면 그에 맞게 예규를 바꿀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로서는 국회 입법만 기다리며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어서, 자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예규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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