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 비엣 훙 '베트남을 위한 AI' 최고경영자
전 세계 베트남 AI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베트남을 위한 AI’의 쩐 비엣 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훙 CE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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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가 차세대 기술 패권을 둘러싼 무대로 떠오른 가운데, 베트남이 풍부한 젊은 인구와 정부 주도 디지털 전략을 발판 삼아 하이테크 허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며 아세안 인공지능(AI) 허브를 향한 행보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베트남 내부에서도 자생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 세계 베트남 AI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베트남을 위한 AI’의 쩐 비엣 훙(45)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정부의 강한 정책 의지와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베트남 AI 도약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교육용 AI 제품 개발 기술 스타트업 갓잇(Got It) 창립자인 훙 CEO는, 2016~2021년 베트남 총리 직속 국가교육·훈련혁신위원회 자문그룹에서도 활동한 생성형 AI 전문가로 꼽힌다. 다음은 훙 CEO와의 일문일답.
_현재 베트남 AI가 직면한 과제는.
“생성형 AI는 202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기술로, 베트남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아직 출발선 근처에 있다. AI 경쟁력은 충분한 인재, 방대한 데이터, 강한 컴퓨팅 파워로 결정되는데, 현재 베트남은 세 요소 모두 충분하지 않다. 시급 과제는 내부 인재 부족이다. 대규모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구글 딥마인드,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베트남 출신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인재를 교육하는 방식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전 국민이 AI를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와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일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 혁신의 날' 행사에서 전 세계 베트남 AI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베트남을 위한 AI’의 쩐 비엣 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가 오픈소스의 베트남어 사전 학습 데이터셋 프로젝트 비젠(ViGen)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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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베트남이 갖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자산은 젊은 인구 구조다.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 잠재력이 높다.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면 우수한 AI 엔지니어나 연구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부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최근 발표된 정책 문서에서도 11대 핵심 산업 가운데 AI가 1순위로 명시됐다.
_’베트남을 위한 AI’ 설립 배경은.
“실리콘밸리에 살며 AI 발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피부로 느낀다. 특히 생성형 AI는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왔다. 베트남이 이 흐름을 놓치면 단순히 뒤처지는 수준을 넘어 다시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개인부터 공공기관,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용자들이 일상과 업무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와 문화 측면에서 베트남어를 자연스럽게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을 위한 AI’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가장 먼저 추진한 과제는 베트남어를 제대로 지원하는 AI 환경을 만드는 일이었다. AI에 ‘베트남 정체성’을 담는 셈이다.”
지난 10월 1일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 혁신의 날' 행사에서 전 세계 베트남 AI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베트남을 위한 AI’의 쩐 비엣 훙(오른쪽 두 번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가 또럼(앞줄 왼쪽 두 번째) 베트남 서기장, 팜민찐(앞줄 맨 왼쪽) 총리 등 정부 지도자들에게 오픈소스의 베트남어 사전 학습 데이터셋 프로젝트 비젠(ViGen)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훙 CE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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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진행하나.
“대규모·고품질 베트남어 사전 학습 데이터셋을 구축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누구나 언어 모델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베트남어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AI가 있어야 일상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고, 이것이 AI 확산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프로젝트에는 베트남 국가혁신센터, 하노이과학기술대, 우정통신기술대학원, 베트남 과학기술원뿐만 아니라 메타 등 글로벌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핵심은 개방형 데이터 포털을 통해 누구나 참여하는 ‘전 국민 참여형’ 데이터 수집 전략이다. 개인과 기관이 함께 기여해 단기간에 대규모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이 ‘베트남식 AI’ 방식이다.”
_다른 나라·기업과의 협업 계획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AI 분야에서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같은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면 한국 기업을 포함해 누구와도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 실제로 내가 투자하거나 자문하는 일부 AI 스타트업은 이미 한국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앞으로 한국 파트너들과 베트남의 AI 기업·전문가들을 연결할 기회를 기대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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