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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1 (일)

    ‘일촉즉발’ 중·일 갈등, 한국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이우탁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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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적으로 ‘양국 구애’ 韓 수혜 가능성...한중 관계 격상 ‘기회’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공존...지정학 관리 중요


    더팩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일본 방위상이 지난 7일 중일 전투기 레이더로 조사(照射·비추어 쏘는 것, 조준) 사건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도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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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 시 개입 가능성’을 공개 언급하면서 촉발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다.

    강경대응에 나선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하면서 일본을 압박하더니 급기야 오키나와 인근 공해상에서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레이더로 조준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내 우파 성향의 보수층 결집에 힘입어 내각 지지율 70% 중반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장애물을 넘어 일본의 재무장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우경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역시 ‘대만 문제’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을 뿐 아니라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와 오키나와 인근에 항공모함을 전개함으로써 동중국해에서의 중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결국 국내적인 정치적 계산이 개입되면서 현재의 중일 갈등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이 미국의 대리인 격으로 중국과 맞서는 구도를 고려해 보면 이번 양국 갈등도 미중 패권경쟁의 연장선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긴장감이 감도는 중일 갈등은 과연 한국에는 기회일까, 위기일까. 일각에서는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으로 인해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중국에서 일본 여행 자제령이 내릴 정도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 중국이 주변국들과 관계 안정을 꾀할 것이고, 주변국 중 한국이 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바탕에 깔려있다. 지난 10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한중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모멘텀을 잡은 만큼 한중 관계는 우호적 기류가 확산될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내년 초 시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2017년 사드 사태까지 치달았던 양국 관계가 내년 이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이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본 내부 주장에 대해 한국의 단호한 주장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참략에 고통받은 한국과 중국 국민들의 ’반일 정서‘를 자극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일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안보 환경은 그 만큼 불안해지는 것은 부정적 요소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구도가 확연해진 상황에서 대만 문제, 나아가 중일 간에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이는 신냉전 구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미국과의 동맹의 축을 확고히 하면서 중국과 일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갈등을 관리해나갈 외교력이 절실하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마침 지난 18일 ’일본의 양심‘으로 평가되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와 언론간담회 형식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 간 우애와 연대를 바탕으로 지역 협력체를 만들자는 ‘전쟁없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오래 전에 내놓은 인물이다. 다카이치 정부 출범 이후 중일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한일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은 더 이상 강대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만 문제로 중국과 싸울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중일 관계의 갈등이나 동아시아의 비핵화 문제의 해결의 단초를 풀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일본이 강력한 신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이 우리에게 핵이 필요없다고 느끼게 해야 이 지역에서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일관되게 "침략당한 나라들이 더 이상 묻지 않겠다고 할때까지 일본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진정어린 호소를 들으면서 중일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얻을 이익을 잠시나마 떠올렸던 필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이익에만 매몰되면 중일 갈등이 한반도에 초래할 안보와 경제 분야 등에서 부딪힐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한반도는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을 안고 있다. 간담회를 끝내고 나선 광화문의 겨울 바람이 유독 매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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