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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크리스마스 이틀 전 사망 워커 사령관… “용감한 한국군 지휘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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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1950년 12월 23일 61세

    조선일보

    월튼 워커 사령관.


    미 육군 중장 월튼 워커(1889~1950)는 6·25전쟁 중 한국에서 사망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용장이었다. 1948년 주일 미 8군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6·25전쟁 발발 후 한국 주둔 미군을 지휘하며 전투를 수행했다.

    1950년 12월 23일 워커는 의정부 24사단과 27여단을 향해 서울에서 출발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이었다. 장병들에게 ‘표창’이라는 선물을 주려고 출발한 길이었다. 6·25전쟁에 참전한 외아들 샘 워커 대위도 대상자에 포함돼 있었다. 샘 워커 대위는 24사단 소속 중대장으로 의정부 북방 최전선 전투에 투입됐다. 이때 전공(戰功)으로 미 정부가 주는 은성무공훈장을 받을 예정이었다. 아버지 워커 중장이 직접 달아줄 예정이었다.

    워커는 아들에게 끝내 훈장을 주지 못했다. 의정부로 가는 길목인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 도봉리(현 서울시 도봉동)를 지날 때였다. 워커를 태우고 달리던 지프를 마주 오던 한국군 트럭이 들이받았다. 워커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워커 집안은 4대를 이은 군인 명문가다. 아들 워커는 6·25전쟁에 이어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 4성 장군으로 추서된 아버지에 이어 52세 때 미 육군 최연소 대장으로 진급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4성 장군에 오른 건 미 육군 역사상 이들이 처음이다.

    조선일보

    월튼 워커 손자 인터뷰. 2013년 10월 12일자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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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 둘도 군인이 됐다. 샘 워커 장군의 아들인 월튼 워커 2세(예비역 대령)와 샘 워커 2세(예비역 중령)다. 증손자인 샘 워커 2세의 아들 샘 벤저민 워커도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손자인 월튼 워커 2세와 샘 워커 2세는 2013년 10월 국군의 날을 맞아 방한해 조선일보와 인터뷰했다.

    “우리 할아버지가 지금의 서울 모습을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마 하늘에서 보시곤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 같아요. ‘내 목숨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가 그래도 좋은 일 했구나.’”

    기사는 6·25에 참전한 월튼 워커 장군을 비롯해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었다고 전했다.

    “6·25에 참전한 미군 장성의 아들은 총 142명. 이 중 35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일반 사병보다 두 배나 높은 비율이다. 위험한 지역에 자원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워커 장군 부자는 물론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 역시 소령으로 참전했다. 월튼 워커 장군, 매슈 리지웨이 장군의 뒤를 이어 미 8군사령관으로 부임한 제임스 밴플리트 중장의 아들은 6·25 때 자원해 북한 지역을 폭격하다가 실종돼 전사 처리됐다.”(2013년 10월 12일 자 B1면)

    지위와 신분이 높을수록 공동체에 헌신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다. 샘 워커 2세는 “그것이 정의라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월튼 워커 사령관은 낙동강 전선을 방어하고 맥아더와 함께 인천 상륙 작전에 성공했다. “사수하라, 아니면 죽어라(Stand or die)!”를 외치며 장병을 독려했다.

    조선일보

    워커 사령관, 한국군 부대에 표창장. 1950년 12월 21일자 2면.


    워커 사령관 사망 이틀 전 조선일보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 한국군의 전투 수행을 높이 평가하며 표창했다는 내용이었다.

    “주한 미군 제8군 사령부에서는 지난 12월 15일 국군 육군 총참모장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국군 육군 부대를 표창하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한다.

    ‘1950년 12월 7일부터 12일간 한국 제5사단은 화천 공격에 있어서 과감하게 그 공훈을 발휘하였음. 지형상 장애물과 기성 방어진인 난점을 불구하고 현저한 전진을 하였음. 이 사단은 비범한 용감과 멸사적인 임무수행을 하였음. 이 훌륭한 부대 각급 지휘자에게 본관의 진심으로의 감사를 전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군인을 지휘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육군총참모장 귀하. 미 육군 중장 W·H·워커 사령관.’ ”(1950년 12월 21일 자 2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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