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4 (수)

    민중기 특검이 안 한 수사, 못 한 수사 [뉴스룸에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 현판이 지난 10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케이티(KT)광화문웨스트 2층에 걸려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김태규 | 사회부장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오는 28일 종료된다. 수사 대상이 방대했던 만큼 특검보 6명, 파견검사 40여명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 대형 수사팀과 180일이라는 최장 수사 기간이 보장됐다. 결국 김 여사를 법정에 세우긴 했지만, ‘성공한 특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사의 우선순위부터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 특검법 2조 1항에 명시된 수사 대상 16가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켜켜이 쌓인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열거된 형태였으므로 특검팀 수뇌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범주화하고 수사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특검팀은 우선 신병 확보가 시급했기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1호)과 △금품 수수 및 국정 개입(3호·6호) △명태균씨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5·8·9·10·11호) 사건에 집중해 김 여사를 구속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우선순위는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과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개발 관련 인허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4호·7호)하는 등 대통령의 지위와 대통령실의 자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의혹(12호) 수사여야 했다. 그러나 양평고속도로 수사는 지난 9월 실무자였던 김아무개 국토교통부 서기관을 별건 뇌물 혐의로 구속한 데서 멈춰 있다.



    감사원 감사로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아 강제수사가 절실했던 관저 이전 의혹 사건과 관련해 특검팀은 실무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국토부 1차관을 지난 17일에야 뒤늦게 구속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관여,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사건은 현대건설의 우회 공사 지원과 영빈관 수주 청탁 등으로도 사건이 뻗어나갈 수 있는 주요 의혹인데도 특검팀은 수사력을 집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관저 이전과 양평고속도로 건은 천문학적인 세금이 김건희 개인을 위해 부당하게 낭비될 수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특검 수사로 규명해야 했던 사안”이라며 “그런데 특검이 망묘루 차담회 등 가십거리에 집중하는 거 같아 의아했다”고 말한다.



    특검 수사가 검찰의 ‘김건희 봐주기’ 행태에서 비롯된 일이었기에 관련 수사를 무마하고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14호·15호)도 특검팀이 반드시 밝혀내야 할 사안이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지난 10월28일에서야 “변호사 위주의 특별수사관들로 팀을 구성해 14호 및 15호와 관련된 고발 사건의 경우 우선적으로 검토 작업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뒤늦은 수사 개시를 알렸다. 지난 8월29일 김 여사를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불기소 처분의 적정성을 적극적으로 따져야 했지만 그로부터 두달 뒤에야 수사에 착수한 셈이다. 특검팀은 수사 종료 10일 전인 지난 18일에야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22일에 출석해 조사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이 전 지검장은 변호인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수사 종료 때까지 관련자 조사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까지는 고의가 개입되지 않은 ‘수사 지휘의 실패’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한 여야 전현직 의원에 대한 금품 수수 의혹은 사안이 다르다. 특검팀은 지난 8월 통일교 금품 로비의 핵심 피의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서 ‘전 장관 등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내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특검팀이 수사할 수 있는 ‘관련 범죄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어도, 신속한 사건 이첩이 필요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죄 공소시효는 7년이고, 금품 공여 시점이 2018년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어서 공소시효가 하루하루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그러나 진술이 나오고 약 3개월 뒤인 지난달에야 내사사건으로 등록했고, 언론 보도로 편파 수사 의혹이 제기된 뒤인 지난 10일에야 경찰에 사건을 넘겼다. 전 의원 등이 금품을 받은 게 사실이어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는 3천만원 이상의 뇌물이 아니라면, 형사처벌은 불가능해진다. 특검 수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품게 하는 결정타였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공소시효 문제가 있는데 왜 사건 이첩을 뒤늦게 했는지 의문”이라며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도 수사팀 내부의 일치된 의견이 아니었다면 민중기 특검에게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가 연루된 관저 이전, 양평고속도로, 수사 무마는 반드시 밝혀내야 하는 의혹들이다. 통일교의 전현직 국회의원 로비 의혹도 마찬가지다. 중대범죄수사청 도입 등 수사구조 개편이 완료되기 전까진 신속한 수사를 위해 주요 부패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내란·김건희·채상병 3대 특검’이 밝혀내지 못한 의혹을 ‘2차 특검’이 모두 수사하는 것도 방편이다.



    dokbul@hani.co.kr



    윤석열? 김건희? 내란사태 최악의 빌런은 누구 ▶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