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세계 석학들의 지혜 온라인 공유하는 글로벌 지식전도사
"'배움 통한 끊임없는 자아실현과 즉시 실천의 열정'이 삶의 좌우명"
'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좋다' 작가·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 교수
김성희 옥스퍼드대 보이스프롬 대표 |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영국 옥스퍼드대 석학들의 지식과 지혜를 담은 탁월한 강의를 특정 계층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대중이 접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플랫폼이죠. 학문적 경계를 넘어 지식과 영감을 확산시키는 것이 보이스프롬의 취지이자 목표입니다."
옥스퍼드대 지식 공유 교육기관인 보이스프롬(Voices from Oxford·VOX)을 17년째 이끄는 김성희(74) 대표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식은 나눌수록 가치가 커지기 마련"이라며 "VOX는 석학을 인터뷰해 그들의 통찰을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나와 서강대에서 영문학 석사를 취득한 김 대표는 서강대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초빙교수, 서울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또 1980∼1990년대 EBS TV에서 고교영어를 시작으로 BBC·옥스퍼드 영어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했다.
그러다 배움에 대한 집념으로 쉰살이 넘어 옥스퍼드대에 입학해 아들딸 같은 친구들과 공부하며 영어영문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2009년 VOX 설립을 주도해 옥스퍼드의 대표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매진해왔다.
김 대표는 "처음 유학을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잘나가고 있는데 왜 고생을 자처하냐, 너무 늦은 나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그렇지만 배움을 통한 끊임없는 자아실현과 하고자 마음먹으면 바로 실천하며 사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아왔기에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옥스퍼드 재학시절 어린 학생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주말의 학생 파티에서 벨리댄서인 학우와 함께 춤을 추며 젊게 호흡하려고 하자 다들 반기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후 춤 동아리에 들어 본격적으로 배웠고 옥스퍼드대의 '댄싱퀸' 소리를 들을 정도로 환영받는 인사가 됐다.
김 대표는 "늦은 나이에 주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덕분에 모두가 환영하는 인사가 돼 만학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나이와 환경을 뛰어넘는 성장의 원동력이란 걸 실감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VOX 탄생의 시초는 김 대표가 속했던 옥스퍼드의 39개 컬리지 중의 하나인 벨리올 칼리지 학장의 제안이었다. 그는 영상이 중요해지는 시대 옥스퍼드의 선제 대응을 위해 대학 인터넷연구소의 빌더튼 소장과 김성희 교수 및 그의 지도교수인 데니스 노블 교수를 불러 모아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제안했다.
옥스퍼드대 벨리올 칼리지에서 열린 VOX 세미나 |
그 자리에서 김 대표는 "옥스퍼드는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데 유명 석학에게 배우기 위해서는 입학이 전제조건이므로 울타리가 너무 높다"며 발상을 전환해 명강의를 모든 대중에게 오픈하는 교육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4명이 시작한 VOX는 대학의 주요 석학 15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커졌다.
김 대표는 "석학들을 찾아가 영상 인터뷰 방식으로 강의록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 미국, 중국 등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누적된 지식콘텐츠가 1천여개가 넘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VOX는 '통섭과 융합으로 학문 간의 국경을 허무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VOX 설립부터 지금까지 대표를 맡아온 비결에 대해 그는 '신뢰·유연성·가치공유'를 꼽았다. 김 대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투명한 소통과 약속 이행을 통해 믿음을 쌓았고, 독단보다는 팀원의 목소리를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왔다"며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함께 성장하는 리더십'이 VOX를 이끌어온 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옥스퍼드의 원조 친한파 교수인 노블 교수는 연구뿐만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따듯한 조언을 해주어 왔기에 가족애를 느끼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노블 교수와 김 대표는 올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초빙 석좌교수로 임용됐고 지난달에는 서울대·DGIST와 함께 인공지능(AI)과 신인류에 관한 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재영동포로 한국을 오가며 지식을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 온 그는 최근 한류의 막강한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며 "대학 구내에 한국슈퍼가 들어섰는데 시험 기간이 끝나면 현지 학생들이 한국 소주·라면을 사서 뒤풀이하려고 줄을 설 정도"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은 반도체·AI 기술에다가 K-문화 콘텐츠가 결합하면서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서도 정점에 있다"며 "과거에는 유학 등을 통해 선진문물을 따라갔었는데 이제는 기준을 만드는 나라가 됐다"며 뿌듯해했다.
2014년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는 책을 내는 등 작가로도 활약하는 그는 "과거 60세 전후가 평균 수명이던 시절에 태어난 중년들이 이제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며 "안주하지 말고 도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작은 것부터 실천할수록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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