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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EU 반독점 조사에 오른 SAP 유지보수…계약 구조 변화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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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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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SAP 온프레미스 전사적자원관리(ERP) 유지보수·지원 서비스 계약 관행을 반독점 조사 대상으로 삼으면서 SAP 유지보수 계약 구조를 둘러싼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SAP가 제안한 시정 약속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장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는 SAP의 유지보수·지원 서비스 계약 구조가 경쟁 제한 요소에 해당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절차다.

    ◆ EU가 문제 삼은 SAP 유지보수 계약 구조=EU 집행위원회는 SAP가 온프레미스 ERP 유지보수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선택하기 어렵게 일괄 제공해 온 계약 구조를 문제 삼아 지난해 9월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다. 미사용 라이선스에 대한 유지보수 해지를 제한하거나, 유지보수를 중단했다가 다시 이용할 경우 과도한 복귀·소급 유지보수 비용을 부과해 왔을 가능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이러한 계약·가격 관행이 고객 선택권을 제한하고 제3자 유지보수 사업자 시장 진입과 경쟁을 저해했는지가 조사 핵심이다. 집행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조사는 SAP의 온프레미스 ERP 유지보수·지원 서비스와 관련된 계약 관행이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지배적 사업자가 고객이 유지보수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선택하거나 중단 후 재가입하는 데 과도한 비용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시장을 봉쇄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시장은 SAP 온프레미스 ERP 유지보수·지원 서비스 분야로, 해당 영역에서 SAP의 시장 지배력과 계약 구조가 결합돼 경쟁을 제한했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SAP는 조사 개시 직후인 지난해 9월 공식 입장을 통해 “온프레미스 유지보수·지원 정책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오랫동안 적용돼 온 일반적인 기준에 기반한 것”이라며 경쟁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EU 집행위원회가 제기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조사 과정에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공정한 결론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이 회사의 재무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도 밝혔다.

    ◆ SAP의 시정 약속…유지보수 ‘선택권’ 확대 제안=지난달 EU집행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SAP가 시정 약속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SAP는 고객이 온프레미스 ERP 시스템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 유지보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계약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고객은 영역별로 SAP 유지보수를 유지하거나 지원 수준을 조정할 수 있고, SAP 외 제3자 유지보수 업체를 선택하는 방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사용 라이선스에 대한 유지보수 부담 완화도 시정안에 포함됐다. SAP는 단일 지표 계약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라이선스를 별도 영역으로 분리해 해당 부분에 대한 SAP 유지보수·지원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미사용 라이선스에도 유지보수 비용이 부과돼 왔던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취지다.

    유지보수 계약 초기 계약기간과 관련한 관행 역시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SAP는 유지보수 해지가 불가능한 초기 계약기간의 조건을 명확히 하고, 추가 라이선스 구매 시 해당 기간이 자동으로 재시작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지보수를 중단했다가 다시 이용할 경우 부과되던 복귀 수수료는 전면 폐지하고, 소급 유지보수 비용은 기존 부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되 최대 6개월치 비용을 상한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시정 약속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충분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시장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시정 약속이 채택될 경우 해당 조치는 전 세계 모든 기존·향후 SAP 고객을 대상으로 10년간 적용된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연 매출 최대 10%에 해당하는 벌금이나 일일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집행위원회는 “시정 약속 채택이 곧바로 SAP 위법 행위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국내 공공에서 확인된 ‘제3자 유지보수’ 계약 요구=이와 함께 국내 공공 부문에서는 SAP 공식 유지보수 체계와 다른 방식의 운영·지원 계약을 요구한 사례도 문서로 확인된다. 한국장학재단이 마련한 ‘SAP ERP에 대한 제3자 유지보수 방식을 통한 사용권 구매’ 과업지시서에는 SAP ERP를 대상으로 제3자 유지보수를 전제로 한 계약 구조와 과업 범위가 명확히 제시돼 있다.

    해당 계약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진행되며 대상 라이선스 수량과 예산, 유지보수 제공 범위가 사전에 명시됐다. 과업지시서에는 ▲업데이트·패치 적용 및 버전 업그레이드 지원 ▲장애 대응과 이력 관리 ▲운영관리 툴 제공 ▲보안 관련 자문 등 SAP 공식 유지보수에서 제공되는 항목과 유사한 운영·지원 업무가 포함됐다.

    특히 SAP ABAP 소스 수정 권리를 명시하고 SAP 지원 계약 종료 이전에 업데이트 자료와 관련 아카이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요구한 점이 눈에 띈다. 과업지시서에는 ‘리미니 서포트와 동등 이상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문구도 명시돼 제3자 유지보수 모델을 전제로 한 운영 체계를 공공 부문이 공식 문서로 요구한 사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 EU 반독점 조사와 국내 공공 부문 계약 사례를 동일선상에서 직접 연결해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사안 모두 유지보수 서비스 선택권과 비용 구조를 둘러싼 문제를 공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흐름은 SAP 온프레미스 ERP 유지보수 모델을 둘러싼 환경이 고객 선택권과 비용 부담을 중심으로 재검토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SAP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SAP의 최신 AI 기능은 클라우드 환경을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며 “기업이 AI 기능을 활용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전환을 하나의 선택지로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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