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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를 위해 제시한 적대적 공개매수 조건을 수정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CEO의 아버지이자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앨리슨이 총 404억달러(약 55조원)에 달하는 지분 금융에 대해 개인 보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WBD 인수 제안과 관련해 엘리슨이 지분 조달금 404억달러 전액에 대해 ‘철회 불가능한 개인 보증(irrevocable personal guarantee)’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인수 자금을 뒷받침하는 엘리슨 가문의 가족 신탁의 재무 관련 기록도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WBD가 제기한 자금 신뢰성 논란을 정면으로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파라마운트는 기존과 동일하게 WBD 주식 1주당 30달러, 총 779억달러 규모의 전액 현금 인수를 제안하고 있다. CNN, TNT, 푸드네트워크 등 케이블 채널을 포함한 WBD 전체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앞서 WBD 이사회는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실체 없는 제안’이라며 거부하고 넷플릭스가 제시한 스튜디오·HBO맥스 사업부 인수안이 더 우월하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는 현금과 주식을 합쳐 720억달러(주당 27.75달러)에 해당하는 조건으로 WBD의 핵심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WBD가 문제 삼았던 핵심은 파라마운트 측 지분 금융 구조였다. 특히 엘리슨 가문의 신탁이 실제로 인수 자금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번 수정안은 이 같은 의구심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파라마운트는 규제 당국의 반대로 거래가 무산될 경우 지급하는 해지 수수료도 넷플릭스와 동일한 58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공개매수 만료 시점 역시 기존 1월 8일에서 1월 21일로 연장했다.
이에 대해 WBD는 “수정된 제안을 검토한 뒤 주주들에게 권고 사항을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넷플릭스와 체결한 합병 계약에 대한 기존 권고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주들에게는 “당분간 파라마운트 제안과 관련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날 오전 거래에서 WBD 주가는 3% 상승했고, 파라마운트 주가는 5% 올랐다. 반면 넷플릭스 주가는 약 1% 하락했다.
WBD 주주인 가벨리자산운용의 마리오 가벨리는 “고객 입장에서는 구조가 단순한 파라마운트의 전액 현금 제안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파라마운트 쪽에 힘을 실었다. 그는 넷플릭스가 인수 가격을 상향해 WBD 전체를 현금으로 인수한 뒤 케이블 네트워크를 분리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거론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자금 조달 안정성 강화에 나섰다. 720억달러 규모 거래를 위해 250억달러의 은행 금융을 확보했으며, 50억달러 규모의 신용한도와 200억달러의 지연 인출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이번 거래의 또 다른 변수는 정치·규제 환경이다. 엘리슨 가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CNN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다. 이는 이번 인수전의 비공식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WBD는 지난해 11월 매각 절차에 착수했으며 파라마운트와 넷플릭스, 컴캐스트 등이 인수 후보로 경쟁해왔다. 파라마운트는 공식 입찰 이전에도 세 차례 비공식 인수 제안을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CEO는 스카이댄스 미디어와의 합병을 통해 파라마운트를 인수한 뒤 WBD의 영화·TV 제작 역량과 HBO 브랜드를 결합해 넷플릭스·디즈니와 경쟁하는 ‘빅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WBD 이사회와 주주들이 엘리슨의 개인 보증이라는 ‘결정적 카드’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글로벌 미디어 산업 재편의 향방이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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