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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기고] 고립의 늪을 건너, 희망의 코드를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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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매일

    ​ 2024년 10월, 충북청년미래센터 문 앞에 섰을 때 나는 사회와 단절된 '고립 청년'이었다.

    대학원 석사 과정을 중퇴한 후 6개월 넘게 집 밖을 나서지 못했고, 삶은 무기력과 불안으로 채워져 있었다.

    학창 시절 대인관계에서 얻은 깊은 상처는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굳어졌고, 부모님과의 갈등까지 더해져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내 삶에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위기(가족돌봄·고립은둔)청년 전담지원기관인 충북청년미래센터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충북청년미래센터의 자조 모임을 통해 만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또래 청년들과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는 경험이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어주었다.

    함께 탁구를 치거나, 산책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대인관계가 확장됐고, 표정이 밝아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심리적 안정이라는 토대가 마련되자, 고립은둔팀 담당자는 충북청년미래센터의 '가상회사 프로그램(충북게임팩토리)' 참여를 권유했다.

    과거 직업훈련에서 코딩을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천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전문가 지도 아래 실제 게임회사처럼 팀을 구성하여 게임을 기획·제작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는 내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게임 개발 분야는 적성에 맞아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충북청년​미래센터 프로그램 종료 후, 충북글로벌게임센터의 게임 아카데미에 참여하여 기초 및 심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료했다.

    이 과정에 최선을 다한 결과, 권위 있는 대회에서 개인 개발 프로젝트 최우수상(1위), 팀 프로젝트 GIGDC 은상(2위)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일련의 프로젝트 경험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었고, 코딩 및 데이터 분석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자기 주도적인 노력을 이어가게 만들었다.

    ​ 충북청년미래센터의 헌신적인 지원과 내 강한 의지가 시너지를 일으켜, 나는 1년 만에 다른 사람이 됐다.

    은둔형 생활에서 벗어나 외부 활동을 늘리며 성취 경험을 쌓았고, 자존감과 활동력이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해진 것을 느꼈다.

    ​업계 관계자들은 뛰어난 프로그래밍 능력과 문제해결에 대한 끈기를 높이 평가해주었고, 마침내 2025년 10월 1일, 유망한 게임 개발 업체인 '더블유소프트'에 인턴 개발자로 채용되는 꿈같은 결실을 맺게 됐다.

    ​고립의 늪에 빠져 있던 내가 희망의 코드를 짜는 개발자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충북청년미래센터의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이라는 든든한 안전망 덕분이었다.

    현재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방황하는 청년들 또한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원이다.

    이들은 그저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잃었을 뿐이며 충북청년미래센터와 같은 위기청년 전담기관을 통해 사회와 소통할 기회를 얻는다면 그 청년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청년에게 다시 사회 복귀의 손을 내미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책임이다.

    충북청년미래센터와 같은 위기청년 전담 지원 기관이 이 중요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다하고, 사회 안전망으로서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따듯한 협조가 필요하다.

    김태진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 참여자 고립청년,은둔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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