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의도역 사고처럼 나름 보도가 많이 되는 사건도 있지만, 단 한 줄의 부고란조차 차지하지 못하고 쓸쓸히 꺼져 가는 생명도 있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서울과 지방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서울에서 발생한 사고는 보도가 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지방에서 발생한 사고는 언론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이 있다. 민주당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보수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는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이 상식은 맞는 말 같다. 노무현 정부 시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연평균 8.6%나 상승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미세하게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연평균 6.4% 상승, 윤석열 정부에서는 연평균 4.4% 하락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는 수도권 아파트에만 해당한다. 지방 주택 종합 지표는 오히려 반대다. 노무현 정부 시기 지방 주택 전체는 연평균 0.7% 상승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 지방 아파트는 연평균 8.3%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지방 주택 전체의 연평균 상승률은 2.1%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다를 때, 언론은 오로지 수도권만 보도한다. 그러다 보니 노무현 정부 시절 지방 주택 경기와는 반대로 부동산 경기를 죄는 정책을 펼쳤다. 반면, 이명박 정부 시절 지방 주택이 과열일 때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방어하겠다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결국 정부는 지방 주택에 불이 날 때 기름을 붓고, 얼어붙을 때 에어컨을 켜는 정책을 반복해왔다.
문제는 지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올해 6월 수도권 아파트 가격지수는 202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취임 이후 대출을 죄는 정책 등으로 9월까지는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대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장은 더 이상 추가 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9월 저점 이후 최근 두 달간 가격은 급속히 상승했다. 두 달간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5%로, 연율로 환산하면 9.2%에 달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상승률(6.4%)은 물론 노무현 정부의 연평균 상승률(8.6%)도 웃도는 수준이다.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수도권 아파트에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두 달간 지방 주택 전체는 오히려 미세하게 하락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다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잡고자 얼어붙은 지방 주택 경기를 무시한 채 에어컨을 켜야 할까? 아니다. 부동산 정책은 중앙의 획일적 정책이 아니라 지역별로 차등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역별 차등화된 정책이란 무엇일까?
지역별 차등 정책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종부세다. 물론 종부세를 서울과 지방에 다르게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부세는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세금이나 다름없다.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은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이다. 그런데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가운데 90%가 서울에 있다. 특히 강남 3구에 70% 이상이 집중돼 있다. 반면 서울 강북구·관악구·금천구·노원구·도봉구에는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이 단 한 채도 없다. 더 놀라운 점은 경기도를 제외한 광역도를 통틀어도 종부세 대상 주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강원·경남·경북·전남·전북·충남·충북에는 종부세 대상 주택이 아예 없다.
종부세는 전액 지방으로 재교부된다. 즉, 종부세수 증대는 지방재정 증대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종부세수는 7조5000억원이었으나,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4년에는 4조1000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자체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일수록 그 영향은 더 크다. 실제로 경북 영양군의 종부세 교부금은 371억원에서 199억원으로 172억원 감소했다. 이는 영양군 자체 재원의 무려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도권 지역의 종부세 감소로 영양군은 자체 재원의 절반이 넘는 세수를 잃은 셈이다. 지방 사람들은 자체 재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세수 감소라는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서울 아파트 보유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종부세도 낮추고 상속세도 낮추기를 바라야 할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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