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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정책을 포함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안을 23일 대국민 토론회를 열어 발표했다. 기후부는 2023년 대비 2030년까지 생활계 및 사업장 플라스틱 폐기물을 3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최종안은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 "영수증에 적힌다고 바뀔까"…소비자 혼선만 가중
앞서 지난 17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포함한 내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커피값 인상 효과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기후부는 해당 제도가 가격 인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던 일회용 컵 비용을 영수증에 따로 표시하는 것일 뿐, 소비자가 추가로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다회용 컵 이용 시 매장별 할인과 탄소중립포인트 환급 등을 통해 최대 1000원의 혜택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해명 방식부터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부는 영수증에 컵값을 명시한다는 점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A씨는 "요즘 누가 영수증을 받느냐. 영수증 역시 제지 자원 절약을 위해 출력 자제를 권장하는 분위기 아니냐. 또 모바일 결제가 일반화된 시대에 영수증 중심 설명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법인카드를 쓰는 직장인 외엔 영수증을 챙기지 않는다"며 "누가 일일이 영수증 보고 컵값 확인하느냐. 제도 취지보다 보여주기 행정 같다"고 비판했다.
혼선은 제도 설계 측면에서도 이어진다. 컵값이 영수증에 별도로 표시되더라도 머그컵이나 텀블러 사용 시 그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지침이 없다. 할인 여부가 매장 재량에 맡겨져 있어, 브랜드나 매장마다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업계는 "표시는 하지만 환불은 없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중지불처럼 느껴질 수 있다. 오히려 반감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텀블러 쓰면 빼주는 거냐", "머그컵 사용 시에도 할인해주느냐" 등 질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명확한 안내가 부족한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매장마다 자율로 맡기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며 "소비자 항의가 집중되면 결국 점주가 컵값을 흡수하게 되고, 이는 실질적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커피업계 관계자는 "이미 텀블러 이용에 따른 할인 제도는 있는데도 실질적 참여율은 낮다"며 "컵값 100~200원을 영수증에 표기한다고 해서 소비자 행동이 급격히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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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설계 미비…정책 신뢰도 '흔들'
컵 따로 계산제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컸던 '다회용컵 보증금제'의 대안 성격도 지닌다. 다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 구매 시 300원의 보증금을 받고 컵 반납 시 이를 환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행 중이다. 하지만 라벨 부착, 고객 응대 증가, 보관 공간 부족, 위생 관리 문제 등으로 인해 참여율은 33.1%, 반납률은 52.5%에 그치는 등 정책 실효성은 제한적이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행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플라스틱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컵 따로 계산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설계와 커뮤니케이션 모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기후부는 가격 인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가격 인상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연말이면 정부가 또다시 '가격 자제'를 요청할 텐데, 컵 따로 계산제까지 더해지면 업계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필수 수입품인 원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커피값 인상을 억누르며 버티고 있는데, 이런 제도까지 더해지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설계가 반복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행동 변화는 단순히 영수증 가격 표기만으로 유도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인센티브 설계나 행동 심리에 대한 분석 없이 표기만 강조하는 방식은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렵고, 자칫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의 현실과 소비자 인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설계는 제도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인 반발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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