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의 진실화해위 조사7과 조사관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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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작별이자 환영의 인사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국가폭력 사건을 조사해온 독립기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또는 진화위)가 분기점을 맞는다. 5년간 활동해온 제2기는 11월26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국회는 제3기 탄생을 위한 법안 통과를 준비 중이다. 3기 설립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한겨레는 2기를 돌아보고 3기를 바라보며 ‘안녕 진화위’를 시작한다.
‘진화위’는 그동안 부정적 뉴스로 자주 등장했다. 내란 옹호 논란이나 설립취지에 반하는 발언으로 시끄러웠던 몇몇 위원장과 국회에 나와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기행을 벌인 국정원 출신 간부 탓이었다. 부정기 연재될 ‘안녕 진화위’는 그동안 조명되지 못한 얼굴과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과거사 조사와 규명에 진심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3기로 가는 여정의 의지와 기대를 담아본다.
굿바이 진화위! 헬로 진화위!!
“이거, 직권조사 다 할 수 있겠어요?”(위원)
“제가 야근을 해서라도 다 하겠습니다.”(조사관)
2기 진실화해위는 ‘신청주의’라는 한계를 남겼다. 신청된 사건에 한해서만 조사한다는 이 원칙은 적어도 한때 부산의 대표적 집단수용시설이었던 영화숙·재생원(1951~1976)과 덕성원(1952~2000) 인권침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신청인이 10명이었던 영화숙·재생원은 직권조사를 통해 171명을 추가로 진실규명(피해 확인)했다. 신청인이 달랑 1명이었던 덕성원은 45명의 미신청 피해자까지 찾아내 모두 진실규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어쩌면 운이 좋았다. 두 시설의 관할 지자체였던 부산광역시 박형준 시장이 영화숙·재생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실화해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하던 때였다. 김광동 위원장도 전향적 판단을 내렸다. 미신청 피해자들을 구제한 덕성원 역시 사실상의 직권조사였다. 왜 신청주의를 거스르냐는 국민의힘 추천 일부 위원들의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광동 위원장은 뜻밖에도 보수 성향 위원들 편을 들지 않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피해자 단체의 지속적 요구와 담당 조사관의 강력한 의지가 동력이 됐다.
영화숙·재생원과 덕성원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맡았던 조사2국 조사7과 임철의(55) 조사관을 지난 1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23년 8월18일 전체위원회 자리에서 “조사기간과 인력이 부족한 데 직권조사를 할 수 있겠냐”는 한 위원의 질문을 받고 ‘야근 불사’ 태세를 밝혔던 그다.
영화숙·재생원의 아이들. 영화숙 원장 이순영을 고발해 시설 폐쇄를 이끈 알로이시오 신부가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진실화해위는 올해 2월26일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사건 피해 신청인 10명과 직권조사로 발굴한 피해자 171명에 대해 진실규명(피해 확인) 결정을 내렸다. 소 알로이시오 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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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설 피해자들은 경찰 및 단속 권한이 없는 시설 단속반의 불법·과잉 단속으로 수용된 뒤, 열악한 생활 여건 속에서 강제 노역·구타 및 가혹 행위·성폭력·교육받을 권리 침해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당했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 신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진실규명 신청을 했다. 그는 조사관으로서 국가와 시설 운영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파면 팔수록, 한 명이라도 더 피해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임 조사관의 경력은 특이하다. 2기 조사관 중 유일한 헌병(현 군사경찰) 출신 별정직이었다. 1995년 대학 졸업 뒤 공군 학사장교 94기로 임관해 전국의 비행단에서 소대장·중대장·기지작전과장·헌병대대장 등으로 일했다. 국방부에서 사이버 대테러 업무부서와 공군본부 감찰실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진실화해위엔 2022년 6월 합류했다. 2016년 21년 만에 소령으로 전역한 뒤 민간 기업에 다니다 조사관 선발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사기업을 다닐 때와 달리 진실화해위는 국가기관이라 군인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래도 가치와 보람이 월급을 압도한다고 했다.
2010년 공군 헌병대대장 때의 임철의 조사관. 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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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출신이라 보수적일 것 같지만, 일찍이 세상 보는 눈을 떴다. 고2 때인 1987년에는 진보 성향의 청소년 잡지 ‘우리시대’ 학생 기자로 일했고, 고3 때인 1988년에는 고향 충북 청주의 청석고교 학생회장으로 선출돼 청주지역 고등학교학생회장협의회(청고협)를 준비하다 정보유출로 인해 무산되기도 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고등학생 운동이 한창 태동하던 시기였다.
그는 진실화해위 3기 출범을 기다린다. 영화숙·재생원과 덕성원에 대한 추가 직권조사와 함께 2기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부산 칠성원, 경기 광주 향림원, 제주 천사보육원에 더해 전국 100여곳 고아원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영화숙·재생원 옛 부지에 암매장된 유해 발굴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조사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위해 조사관만큼은 간부까지 포함해 가급적 별정직으로 채워야 한다는 바람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산 아동보호시설 덕성원의 인권유린 피해자들이 24일 오후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했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산지법 민사11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국가와 부산시가 원고들의 청구액 460억원 중 39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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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는 어떤 사건을 수사했나요.
“헌병대대장을 맡은 것은 2009~2012년과 2014~2016년이었어요. 공군은 육군보다 사고가 현저하게 적어요. 음주운전이나 폭행이 많고, 가끔 총기사고나 사망사건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10년에 제가 있던 경남 사천 지역에서 갓 임관한 조종사가 목매 숨진 일이었어요. 전군이 공통적이지만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현장을 보존하게 돼 있어요. 부모님 확인을 받고 시신을 수습합니다. 특별한 타살 의혹이 없었고 휴대폰 포렌식 끝난 다음에 조사결과를 설명해 드렸더니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다만 제가 전역한 뒤엔 공군에서 이예람 중사 사건 등이 벌어지면서 안타까웠어요.”
―수사와 조사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
“수사와 조사 모두 어떤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술을 밝힌다는 공통점이 있죠. 다만 조사는 영장을 통한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제약이 큽니다.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각종 형사 사건 자료 확인을 위해 대검찰청 예하 국가형사사법기록관 자료를 열람하려 했지만, 협조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3기 진실화해위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 46조(압수·수색 영장 청구의뢰)는 ‘위원회는 개인 또는 기관이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을 거부할 경우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위원회가 영장 청구를 의뢰한다 해도 영장 청구권은 검찰에 있기 때문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경우 위원회는 더 이상 방법이 없어요.”
영화숙·재생원의 여자아이들. 사진으로 보는 마리아수녀회 40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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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화숙·재생원의 외관. 소 알로이시오 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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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서를 통해서는 뭘 찾으려고 했죠?
“영화숙 원장 이순영(1981년 사망)이 각종 사건과 사고에 휘말리면서 구속되고 경찰 수사를 집중적으로 받는 시기가 70년대 초예요. 관련된 언론보도가 많아서 검·경 조사자료를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기록을 찾을 수 없었어요. 남아있는 건 판결문인데, 부족해요. 경찰이 작성한 각종 수사 관련 보고서와 진술조서(피해자·참고인·피의자) 등 모든 기록은 검찰로 가게 돼 있어요. 기록을 보면, 검찰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종결(기소·불기소·기소유예 등)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겠죠. 수사기관에서 문서 보존 기간이 지나간 문서를 폐기하지 않고 문서고에 보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부산 해운대경찰서 문서고에서는 문서 보존 기간이 경과한 덕성원 관련 수사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 문서를 보면 이순영 원장 행태에 대한 메커니즘을 더 파악할 수 있죠. 부산지역 유력 인사들과의 관계도 확인할 수 있어요. 국가보조금과 각종 구호물품을 어떻게 횡령했는지도요. 구호물품 오면 부산 깡시장(암시장)같은 데서 팔았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그런 것들의 실체도 알 수 있겠죠.”
―왜 검찰이 협조를 안 할까요?
“‘귀찮음’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어요. 주민센터에서도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아요. 가령 부산 장림국민학교(초등학교) 분교가 영화숙에 3개 학급 있었어요. 거기에 영화숙 원생 160여명의 생활기록부가 있어요. 이들은 모두 보호자 이름이 원장 이순영으로 돼 있고, 주소가 영화숙·재생원이 있는 장림동 121번지로 돼 있어요. 그런데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요. 주민센터에서 같은 생일의 동명이인들을 추려 과거 주소지 정보를 추적하면 소재지를 파악할 수 있겠죠. 근데 그 일 처리를 하려면 번거롭고 시간이 걸려요. 그걸 주민센터 직원이 해주면 좋은데, 쉽지 않거든요. 3기엔 주민등록번호 검색 시스템을 위원회 안에 설치해서 조사관이 직접 검색하도록 하면 좋을 텐데요.”
덕성원 시절 농작물 재배에 동원된 원생들. 진실화해위는 2024년 10월8일 덕성원 인권침해 사건 신청인 안종환씨와 미신청 피해자 45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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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원에서 외부 손님이 오면 원생들의 옷차림이 깨끗하고 다양해졌다. 사전에 “옷을 갈아입으라”고 방송했기 때문이다.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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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설에 대한 자료들은 어떻게 구했나요?
“영화숙·재생원은 당시 관계된 아동복지법과 생활보호법, 시행규칙, 공문에 나오는 지침·예규 등 확인했고요. 당시 언론보도와 소년의 집 운영했던 마리아수녀회 40년사 등 각종 출판물·논문 등을 찾아봤습니다. 덕성원은 후신인 사회복지법인 은화복지재단에서 자료를 다 제공받았아요. 덕성원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이어서 그런지 어려움이 없었어요.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와 부산시 공문을 찾아 덕성원에 대한 국가 보조금 규모, 신축 관련 자료, 원생들의 취학 구조,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와 덕성원과의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었죠. 덕성원은 설립자와 사위인 원장 일가족이 이 교단 신자였고 원장은 목사 안수도 받았더라고요. 3기에 합류하게 된다면 1995년 이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의 해체과정 및 재단법인 소유 재산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밝혀보고 싶어요.”
―영화숙·재생원도, 덕성원도, 형제복지원도 모두 민간 시설이었어요. 하지만 국가 책임을 이야기하죠.
“국가는 부랑인들을 ‘없어졌으면 하는 존재’ 즉 ‘청소’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어요. 보기 흉하다고 판단한 거죠. 이들을 ‘청소’하려면 가장 쉽고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이 민간시설에 떠넘겨 한군데 가둬놓는 거였고요.
부산시는 시설 하나를 정해 ‘부랑인 노숙자 수용보호 위탁 계약’ 체결을 해요. 이에 따라 부산시가 해당 시설에 부랑인 단속권한과 일시 보호 기능을 넘깁니다. 시설에서 자기들 맘대로 거리의 사람들을 잡아 수용하다가 일정 기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 시설로 전원을 시키는데요. 이때 부산시 공문에 의해, 즉 부산시의 지시로 전원이 됩니다. 1962년에서 1971년까지 영화숙·재생원이 부산에서 부랑인 단속과 일시보호소 역할을 했어요. 그러던 중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던 소년의집 소 알로이시오 신부(1930~1992)의 고발로 불법 혐의가 포착돼 문을 닫게 되죠. 결국 그다음 부산시와 위탁계약을 맺은 데가 칠성원이었어요. 칠성원이 1971년부터 이 일을 하다 감당을 못해 위탁 운영권이 1975년에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데, 바로 그곳이 형제복지원입니다. 형제복지원이 그 일을 1987년까지 하다가 인권침해 실상이 언론에 드러나는 거죠. 덕성원 피해자 중 1970~1975년생 대부분도 부산시 단속에 의해 형제복지원 내 부랑아 일시보호소에서 생활하다 몇 개월 뒤 부산시 공문에 의해 덕성원으로 전원된 아동들이더라고요.”
2024년 9월26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등 소속 피해자들이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제6차 고문방지협약 최종견해 수용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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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된 부랑인 또는 고아들에 대해 어떤 외국 학자가 “살아있는 것 이외에 어떤 가치도 부여되지 않는 생명”이라고 정의를 내린 적 있어요.
“그 정의에 공감합니다. 집단수용시설 설립자와 운영자들은 정부 위탁을 받아 보호해야 할 인격체를 인간이 아닌 보조금을 받는 하나의 도구로 여겼어요. 수용자는 그저 국가가 사회복지시설에 지급하는 주식비, 부식비, 교육비, 난방비, 월동 김장비 등 각종 보조금을 타 먹는 도구였을 뿐이에요. 그건 영화숙·재생원이건, 덕성원이건, 형제복지원이건 다 똑같아요. 강제노동도 마찬가지예요. 덕성원의 경우 내부 건물 지으면서 10대 초반 원생들에게 ‘노가다’(건설노동)를 시키죠. 국가와 부산시에서 건축비는 건축비대로 지원받으면서, 일을 아이들에게 강제로 시키고 건축비를 떼먹은 거예요. 원생들은 그저 돈 타 먹는 도구로 써먹기 위해 ‘살아있기’만 하면 됐던 거죠. 모든 시설이 똑같아요.”
― 진실규명된 피해자들을 다 만났나요?
“덕성원 피해자 46명은 제가 직접 다 만나고, 영화숙·재생원 172명은 부산시와 통일부에서 파견 나온 조사관 3명과 함께 나눠 만났어요. 피해자 1명당 이야기를 듣는 데 평균 4시간 정도 걸린 거 같아요. 모두 강제단속으로 시설에 끌려갔던 분들이에요. 부모가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멀쩡히 부모가 있는데도 끌고 갔죠. 할당해서 단속을 하다 보니 경찰이 마구잡이 강제단속을 했다고 자인할 정도였어요. 피해자들이 어렸을 때 당했던 각종 인권침해는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상상도 못 할 참혹할 수준이었어요. 특히 덕성원에서 성폭행과 성추행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어요. 성폭행 피해자 중에 어떤 여성 피해자는 원장의 아들과 직원에게 주기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죠. 그러나 그러한 참혹한 여건 속에서도 덕성원을 탈출할 수 없었어요. 마땅히 갈 곳이 없었으니까요. 고교를 졸업해서 직장을 구할 때까지는 할 수 없이 지옥과도 같은 덕성원에서 버텨야만 했다고 합니다.”
영화숙·재생원 시신 암매장 추정 지역. 1972년(맨 위)과 2023년 지도. 부산시 생활지도에서 제공하는 항공사진과 피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재가공한 것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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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에서는 집단수용시설 관련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영화숙·재생원과 덕성원 직권조사를 계속해야 해요. 그동안 조사한 상황을 피해자들에게 설명하고 ‘조사에 응하겠냐’고 물어야죠. 두 시설에 대해 2기에서 조사한 건 전체 중 일부입니다. 제가 조사를 시작했다가 마무리를 못 한 부산 동래구에 있던 칠성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복지법인 칠성원 산하에 애광보육원과 애광양로원이 있었어요. 설립자의 쌍둥이 아들이 2000년과 2008년 각각 횡령 혐의로 구속됐어요. 칠성원의 피해규모는 영화숙·재생원과 비슷합니다. 여기서도 부산시와 계약을 맺고 부랑인 단속과 일시보호 기능을 수행했는데, 다만 영화숙·재생원처럼 타이트하게 관리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또 영화숙·재생원에서 암매장된 유해발굴을 3기에 꼭 해야 합니다. 피해자분들의 70~80%가 부산 사하구 신평동(옛 서구 장림동) 뒷산에서의 암매장에 대해 진술하고 있어요. 직접 암매장을 했다는 분들도 많고요.”
임철의 진실화해위 조사7과 조사관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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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보육원) 피해자들이 3기에서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고아원은 숫자가 훨씬 많지 않나요?
“덕성원도 사실 고아원이었죠. 3기에서는 여러 고아원 피해자분들이 신청하겠다고 작정하고 있어요. 아마 진실규명 대상 고아원이 전국에 100개가 넘을 겁니다. 물론 사명감을 갖고 고아원을 운영한 분도 있겠지만, 고아원이 대부분 아동복지시설로 정부의 각종 보조금과 기부금, 기부용품으로 운영되는 시설이기 때문에 기존 집단수용시설과 유사한 점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요. 보조금 횡령과 인권침해 가능성이 큰 거죠. 다만 고아원은 아직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어요.”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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