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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9 (월)

    ‘나라 아닌 나라’ 소말릴란드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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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말리아 내전 때 반군이 독립 선언

    조선일보

    지난 26일 소말릴란드 지역 주민들이 국기를 흔들면서 이스라엘의 국가 인정 사실을 축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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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말릴란드가 정확히 어떤 곳인지 아는 사람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미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소말릴란드를 국가로 인정했는데, 미국도 그럴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런 곳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말인데,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이 말로 동아프리카의 생소한 이곳이 국제적 화제가 됐다.

    이날 이스라엘은 소말릴란드를 세계 최초로 국가로 승인하고 외교 협정을 맺었다. 아프리카연합(AU)과 중동 이슬람 국가들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소말릴란드는 ‘아프리카 뿔’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있는 소말리아공화국 북부 지역을 가리킨다.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길목에 위치해 중세 시대 무역항으로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19~20세기 아프리카에 진출한 제국주의 열강의 패권 경쟁이 오늘날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1887년 영국이 북부 지역에 진출해 ‘영국령 소말릴란드’를 선포했고, 1936년에는 남부 지역이 ‘이탈리아령 소말릴란드’가 됐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탈리아가 철수한 후에는 유엔이 신탁통치를 했고, 1960년 탈식민화에 따라 영국령과 이탈리아령을 합친 ‘소말리아공화국’이 출범했다.

    소말리아 내 군벌 갈등으로 내전이 발생, 1991년 5월 반정부군은 옛 영국령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소말릴란드 독립을 선언했다. 정치와 경제가 파탄 난 소말리아에 비해 소말릴란드는 상당 지역을 재건하고, 자체 화폐·의회를 갖고 선거도 진행할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가로는 인정을 못받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은 “식민지 시절 정해진 국경선을 함부로 바꾸지 말자”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한 곳을 인정해주면 다른 분리 움직임이 생겨, 분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엔도 이 원칙을 따르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소말릴란드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국제 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대우받지 못하는 동병상련 처지인 대만과는 외교 교류를 맺은 지 6년 차다. 대만은 소말릴란드를 ‘동아프리카의 우호국’이라고 칭하면서 2020년 상호 대표 사무소를 설립했다. 지난해 1월에는 국경을 맞댄 내륙국 에티오피아가 소말릴란드의 홍해 해안 20㎞를 임대하는 대가로 국가로 승인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해 소말리아와 충돌하기도 했다. 지역 내 반발이 이어지자 에티오피아는 공식 승인 발표는 미루고 있다.

    이스라엘은 소말릴란드를 국가 승인하면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수용시키는 방안을 타진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소말릴란드는 이스라엘을 발판 삼아 미국의 지지를 얻을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요충지인 아덴만 항구와 공군기 이착륙장을 지을 땅을 미국에 제공하는 대가로 미국의 국가 승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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