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 유지’ 포함한 법 개정안 관련
“학문·사상의 자유, 지켜내야 할 헌법가치”
“반자유주의자” 등 소속 교수 낙인 찍기도
교육부, 26일부터 감사···내달 4일까지 진행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가 지난 9일 낸 성명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 제공 |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이사들이 한중연 육성법 개정에 반대하며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근거로 든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소속 교수들의 12·3 불법계엄 규탄 시국선언을 ‘정치적 행동’으로 규정했던 이사들이 사상의 자유를 내세운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4일 열린 한중연 임시이사회에서 이사들은 한중연 육성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학문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는 한중연이 집합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반드시 지켜내야 할 헌법가치”이며 “개개인 학자들의 양심과 판단에 근거하는 ‘독립적이며 수월적인 문의 전당’이 되고자 노력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사들은 개정안을 두고 “원장과 이사장의 지적 세계관을 표적 삼는 조치”라고도 했다.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한중연 육성법 개정안은 원장과 이사를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가치관과 사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 등 친일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김낙년 한중연 원장과 같은 임명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도 “역사 인식에 굉장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한중연 이사들이 법 개정에 반대하며 내세운 ‘사상의 자유’ 논리는 그간의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중연 교수 43명이 12·3 불법계엄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하자 일부 이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복수의 이사들은 지난해 3월 이사회에서 “집단적으로 특정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일부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행동은 기관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한 장애 요인”이라고 했다.
일부 이사들은 소속 교수들의 정치적 입장을 문제 삼으며 낙인을 찍어놓고는 법 개정 국면에서 사상의 자유를 내세우는 것이 자기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주성 한중연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자유기업원 강연에서 “(한중연에) 반자유주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뉴라이트 계열 역사단체인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이었고, 리박스쿨 강연자로 나선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한중연 교수협의회는 “구성원의 학문적 자율을 침해하고,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의견을 정치적 선동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학 진흥과 민족문화 창달을 목표로 설립된 한중연은 국립대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며, 교수들은 대학 교원과 같은 지위를 부여받는다. 한중연 교수협의회는 최근 “김 원장이 특정 단체와 관련된 인사를 교수로 채용하고자 했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올해 초 교수협은 원장 퇴진을 요구했고, 현재까지 보직 교수 13명이 사퇴했다. 김 원장은 “교수협의 문제 제기는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내용이 많다”며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한중연의 업무보고를 받지 않은 채 이를 무기한 연기해 온 교육부는 이달 26일부터 한중연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 감사는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불법계엄 규탄이 ‘정치행동’? 반자유주의자? …한중연 교수들, 이사장·원장에 “내란 세력 퇴진해야”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21520001
☞ [단독]윤석열 지명 국가교육위원 리박스쿨에서 강연…“좌파는 사람 죽인다” 망언도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041357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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