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5 (수)

    이슈 부동산 이모저모

    ‘껑충’ 광명시 집값 배경엔 ‘희귀 매물’ 된 재건축 아파트···투기과열지구 진퇴양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지난 1월26일 서울 금천구 안양천 인근에서 바라본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하안주공아파트. 최미랑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만이 아니라 1~12단지 전체에 물건이 없어서 거래를 못 하고 있어요.”

    지난달 26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주공 12단지아파트. 이곳은 재건축 시동을 걸고 있는 동네다. 2392가구 대단지 아파트이지만 현재 나와있는 매물은 최소평형 단 2개(전용면적 44.89㎡) 뿐이었다. 한 집은 6억5000만원에, 또다른 집은 6억3000만원에 나왔다. 지난해 10월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는 매물이 2개뿐이라는 뜻이다.

    이 단지 최소평형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4억원 중반대에서 주로 거래됐다. 하반기 실거래 최고가는 5억4000만원이었다. 거래도 없이 호가만 1억원 이상이 뛰었다.

    이날 12단지의 공인중개사무소에 들른 한 손님은 “6억원 아래로 협상 가능한 매물이 있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없다”는 답을 듣고 손님은 발길을 돌렸다.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급등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지정한 투기과열지구가 재건축 시장에선 도리어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도입했으나 거래되는 매물 수를 급격히 줄어들게 만들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투기과열지구(투과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또는 신탁사 지정) 이후부터,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후부터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다. 집주인이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채운 일부 경우만 빼곤 사실상 매매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셈이다. 투과지구 지정 이후 요건을 갖춘 집주인이 호가를 높이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된 분위기다.

    광명 철산동의 철산주공13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곳도 한두개 나오는 매물이 나오자마자 팔리고 있다. 최소평형(전용면적 73.08㎡)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최고 10억5000만원에서 현재 1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철산동 공인중개사 A씨는 “이르면 3월에 조합설립 인가가 나올 수도 있어 그 전에 등기를 완료하려는 분들이 서둘러 집을 계약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많은 광명시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매물 잠김’ 효과가 특히 컸다. 하안주공의 경우 전체 2만2269가구 중 아직 조합설립이 되지 않은 단지와 영구임대 지역을 빼면 약 70%가 투기과열지구 영향권이다.

    가격 상승세도 서울의 상승률보다 가팔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를 보면 올 들어 1월 넷째주까지 광명 아파트값은 누적 1.52% 올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0.99%)을 웃돌았다. 1월 넷째주 주간 상승폭도 0.48%로 서울 전 자치구보다 컸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근의 신축 아파트 거래도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거래가 묶였다. 재건축으로 신축이 된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아파트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이전고시가 끝나기 전까지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가 안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투기과열지구로 아예 거래가 막히다보니 광명시에서는 매물 자체가 귀해졌다. 거래마다 신고가를 새로 쓰며 주변 아파트값 전체를 밀어올린다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철산동 공인중개사 B씨는 “가격이 이미 너무 올라서 손님들에게도 함부로 권하기는 쉽지 않다”라면서도 “3월 말로 입주장이 끝나고 이사철이 시작되면 수요가 더 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는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투과지구 지정으로 매물이 급감하자 현재 호가가 지난해 상반기 최고가 대비 60%까지 올랐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3일 “매물 잠김이 심각한 상태에서 당분간 거래 없이 호가로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처럼 거래가 드문 상황에서는 최고가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시장 참여자들이 ‘적정가’를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라며 “정부가 가격 급등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불가피하게 생긴 부작용이자 투기과열지구라는 임시방편의 근본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