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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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 네 곳과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를 열고, 전 전 대통령 측이 5월 단체 네 곳에 6000만원을, 조 신부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1년 11월 23일 사망하면서 배우자 이순자 여사가 소송을 수계받았고, 전 전 대통령 대신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고(故) 조비오 신부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017년 3~4월 전 전 대통령이 집필하고, 전씨가 발행해 판매한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1979~1980)’ 제1판 제1쇄 속 내용이 발단이 됐다. 회고록 1판에는 “교도소 습격은 북한의 고정 간첩 또는 북한 특수전 요원이 개입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를 비롯해, “헬기를 이용한 기총소사까지 감행했다는 등 차마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이야기들이 더해져 전해지고 있다” “광주에서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등 내용이 담겼다. 5월 단체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회고록 내용 중 총 70개의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2018년 9월 전 전 대통령 측이 5월 단체들에 총 6000만원, 조 신부에게 1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허위 사실이 담긴 표현 62개를 삭제하지 않으면 회고록을 출판·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1심은 “회고록 속 표현들은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사실을 포함하고 있고, 5·18 민주화운동의 성격을 왜곡한다”며 “5월 단체나 5·18 민주화운동 참가자들 및 그 가족 전체를 비하하고 편견을 조장함으로써 원고들에 대한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조영대 신부가 고(故) 조비오 신부의 배우자나 직계가족이 아니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펼쳤으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2년 9월 항소심도 회고록 속 북한군 개입설, 헬기 사격 등 51개 표현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며 1심과 같이 총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항소심은 “전 전 대통령은 5·17 군사반란, 5·18 관련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의 우두머리로서 무기징역형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장본인”이라며 “그럼에도 이 사건 회고록을 통해 이미 법적으로 단죄된 부분마저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억울하게 십자가를 지게 된 양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진짜 피해자인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항소심은 또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사격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고 인정하며, 조영대 신부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다만 항소심은 1심이 허위사실로 인정한 표현 중 “광주사태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와 희생이 컸던 만큼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북한의 5.18광주사태 개입과 관련한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아쉽지만 미완의 과제로 남겨놓을 수밖에 없었다” 등 표현은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회고록 속 표현들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시위에 참여해 이를 격화시켰다’거나 ‘계엄군의 헬기사격은 없었다’ 등의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에 해당한다”며 “확정판결 및 관련자들의 법정 진술,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등을 종합하면 허위사실 적시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재국씨가 회고록을 집필·출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표현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도 않았다고 봤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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